[앵커] 한국적인 전통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최종태 조각가와 고 김기창 화백의 작품 전시회가 잇따라 개막했습니다.
윤하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십자가의 길', '막달레나의 슬픔', '피에타' 등의 작품이 펼쳐져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성모자상'을 연상하게 하는 토착화, 현대화된 '어머니와 어린이'상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모두 최종태 작가가 기증한 작품입니다.
<최종태 요셉 / 조각가>
"이제는 내 안에서 나의 예술과 종교가 하나가 되는 듯싶습니다. 이 시대 가톨릭 미술 토착화의 문제는 저에게 닥친 숙명적인 과제였습니다. (이번 기증이) 아무쪼록 한국 종교 미술 발전에 작게나마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32년생인 작가는 올해 초 155점을 엄선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기증했습니다.
성모상, 십자가상을 비롯해 소녀와 여인을 소재로 한 작품 등 작가의 시기별, 장르별 주요작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5일 '영원을 담은 그릇'이라는 제목의 전시 개막식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원로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정순택 / 서울대교구장>
"이번 기증은 한국 교회의 기쁨이자 현대 미술계 발전에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종태 선생님의 작품 기증이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여러분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측은 지하 1층에 조성한 '최종태 기증전시실'에서 150여 점의 기증 작품을 지속적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박물관 지하 2층 기획전시실에는 운보 김기창(베드로, 1913~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사의 모습이 선녀로 표현됐는가 하면, 성모 마리아는 한복을, 예수 그리스도는 갓을 쓰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 역시 배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는 듯합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한국 종교미술 토착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심연에서 만난 빛'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사목적인 목적으로 매입한 '예수의 생애' 총 30점 가운데 판화본 28점이 전시됩니다.
재의 수요일인 지난 14일에 시작돼 성토요일인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집니다.
두 전시 모두 박물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cpbc 윤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