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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단편소설집 「치우」 출간한 이규정 작가

“문학은 삶의 한 부분일 뿐, 신앙 초월할 수는 없어”
7년 만에 출간한 9번째 소설집
시대 아픔 담은 단편 7편으로 구성
감각 강조되는 소설 풍토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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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이 아이를 죽이고 저도 죽어버릴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정신분열증 아들과의 힘겨운 삶에 유일한 탈출구인 성당. 주인공 준호는 사제에게 고백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마음 속에 켜진 ‘작은 촛불 하나’.

소설가 이규정(스테파노)씨의 새 소설집 「치우」(242쪽/1만3000원/산지니)는 지난 2007년 출간한 「머나먼 길」 이후 7년 만에 나온 9번째 소설집이다.

이 작가는 “예전에는 3~4년에 한 번씩 소설집을 냈는데 이번에는 터울이 길었다”면서 “교통사고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고 마무리 단계에 있는 장편소설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단편소설 7편으로 구성된 「치우」는 저자가 살아온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내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또 한 가지 큰 주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세월의 흐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지게끔 이끌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는 나이가 온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소설집 「치우」는 굴곡의 현대사, 특히 대립된 이데올로기로 상처받은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펼쳐낸다. “이데올로기보다는 인간 본성,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설명처럼 저자는 이념으로 소외된 이들을 인간주의적 시각에서 회복시키고 있다.

이규정씨는 요즘 소설의 풍토가 감각적으로 흐르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고 설명한다.

“소설은 인간 존재의 해명이며, 교시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성의 표현까지 이 세 가지가 소설의 근본원리인데 이런 소설들이 사라지고 감각적이고 퇴폐성만 강조하는 세태가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씨는 “정서가 깨어지고 도덕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아무도 질타하거나 염려하지 않는다”면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 염려해 고쳐 나가자고 외치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이규정에게 신앙은 ‘삶 자체’다. 본인이 직접 만든 부산 가톨릭문인협회의 기도문에서는 ‘저는 문인이기에 앞서 신앙인임을 더 깊이 새겨 아버지의 말씀을 충실히 실천하려 하나이다’라는 다짐과 ‘문인이란 사실이 긍지는 될 지언정 세속적 허세의 수단이 되지 못함을 아오니 이 시대 문인의 참 사명을 깨닫게 하소서’라는 고백을 바치고 있다.

“꾸준함과 활발한 집필 활동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많은 문인들이 신앙인이면서 신앙 위에 글쓰기(문학)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며 문학에 아무리 심취한다 하더라도 신앙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소설집 「치우」는 이씨의 22번째 책이다. 여기에 싣지 못한 소설들을 엮은 10번째 소설집과 이미 탈고 상태에 있는 장편소설 2편도 출간을 준비 중이다.

이규정 작가는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월간 「시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설집 8권과 장편, 동화집, 이론서, 산문집, 칼럼집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을 지냈고 부산시문화상, 가톨릭문학상, 요산문학상, PSB(현 KNN) 부산방송 문화대상, 가톨릭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 현재 민족광장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revole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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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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