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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열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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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지음/228쪽/1만6000원/마음산책


“위로는 거창할 수가 없어요. 위로는 모두 작습니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새로운 산문집은 인생의 열 가지 화두에 대한 생각들을 친근하고 다감하게 들려준다. 입버릇처럼 “세상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 노릇은 못 해도 이모 노릇은 하고 싶다”고 말하던 이 수녀의 오랜 바람이 글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 수녀는 그동안의 시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가치와 개념들을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이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그리고 각 장을 주제에 대한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과, 더불어 읽으면 좋을 자신의 시·산문으로 구성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10가지 주제를 바라보는 이 수녀의 새로운 글과 그에 어우러지는 기존 작품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0개의 주제는 모든 이들이 살아가면서 끌어안아야 하는 고민의 열쇳말들이다. 이 수녀가 쓴 이들 이야기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우리 개개인은 홀로 삶을 영위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하고 상생하며 생을 건너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잘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이웃에게 나누는 마음을 위해서는 늘 감사해야 하며 마음의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꽃을 건네듯이.

“감사하는 마음은 결국 이웃에게 나누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이 바로 감사이지요.”( 105쪽 ‘감사’ 중)

수도자들의 사회 문제 참여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수녀들은 좌파”라는 비난에 “우리는 약자 편”이라고 답한 모습에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을 향한 시선을 찾을 수 있다.

이 수녀가 밝히는 답은 결국 공생이다. 수녀원의 공동체 생활에서부터 코로나19를 비롯해 되풀이되는 참사 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깨달아 소외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같이 잘 사는 것, 생명이 있는 동안 서로의 온기로 따듯하게 지내는 법을 늘 연습한다고 들려준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더욱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암 투병을 한 이 수녀의 체험을 가늠할 때 이 주제에서 무르익은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

“주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라는 수도원 끝기도를 기도문으로 인용하면서 이 수녀는 “잠에서 깨는 것은 작은 탄생이요, 잠드는 것은 작은 죽음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한다.

병상 생활을 거친 이 수녀는 자신을 ‘죽음의 길로 향하는 순례자’로 부르며, 매일 맞는 죽음을 잘 연습하자고 밝힌다.

“물리적·육체적인 죽음 이전에 생활 중에 찾아오는 작은 죽음을 잘 연습하다 보면 마침내 나에게 오는 큰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냥 삶의 연장선상에서 꽃이 피는 것처럼, 나무가 옷을 벗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206쪽 ‘죽음’ 중)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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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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