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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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희 신부의 영화 속 복음 여행] (11) 영화 속에 나타난 성찬의 의미- 가브리엘 악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

미사에 농축된 그리스도 사랑 이해할 수 있게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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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만드는 마르티나 할머니를 지켜보는 바베트.
 
 
  1. 영화가 음식을 중심소재로 삼을 때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 배부름이나 건강 보존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서 정신적인 것을 지향한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Drink Eat Man Woman, 飮食男女, 1994)`에서 음식을 나누는 것이 전통의 계승을 상징한다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에서 음식을 나누는 것은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동행`, `동반자` 의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 영화들이 주는 정신적 의미를 수용하며 그리스도교의 영성적 의미로까지 확대한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이다. 이 영화에 주목해보자.



 
▲ 만찬에 참여한 사람들.
 
 
 2.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덴마크 출신 여류 작가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 1885~1962)의 단편 `바베트의 만찬(Anecdotes of Destiny)`을 가브리엘 악셀 감독이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저자인 이자크 디네센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5)`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는 19세기 중반 덴마크 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마르티나(Martina)와 필리파(Philippa)라는 할머니 자매의 일상세계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들은 정신적, 신앙적 지주이자 목사인 아버지의 삶을 따르느라 청춘과 연애, 결혼의 행복과 기쁨을 고스란히 흘려보내고 어느덧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렀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살고 있던 동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을 본받아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와 두터운 신앙심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생활 속에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봉사하며 살아가던 이들 자매에게 어느 날 초라하고 지친 행색의 `바베트`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프랑스가 고향인 그는 내란 중에 남편과 자식을 잃고 어린 조카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매가 살고 있는 덴마크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피신해 온 것이다. 무보수로 두 자매의 가정부 일을 자청하고 나선 바베트는 지혜롭고 야무진 솜씨로 그들 살림을 전보다 더 풍족하고 윤기 있게 가꾸어 나가기를 14년 동안이나 지속한다.

 한편 이들 자매는 아버지를 대신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여 기도하며 서로의 경건한 삶을 권면하는 작은 모임을 꾸려왔는데, 그 모임이 점차 반목과 싸움으로 분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자매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100번째 생일이 가까이 다가오는데, 바베트에겐 해마다 그의 친구가 그를 위해 프랑스에서 사두었던 복권이 당첨 된다. 두 자매는 이제 바베트가 자기들 곁을 떠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바닷가를 거닐며 한동안 사색에 잠겨있던 바베트는 자매에게 목사님 생일 기념 저녁만찬을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 차리겠다고 제안한다. 마침내 열두 명이 모인 두 자매의 저녁 식탁에는 그들이 평생 맛볼 수 없었던 최고 요리들이 예술작품처럼 차려진다. 아무도 몰랐지만 한때 프랑스 최고 요리사였던 바베트가 당첨된 복권 전액을 쏟아 온갖 정성으로 만찬을 차린 것이다. 만찬을 함께한 이들은 행복감 속에 서로 화해하고 삶에 대한 감사로 충일해진다.

 3. 무엇보다도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서 주시해야 하는 것은 만찬이 차려지는 `식탁`이 지닌 상징적 의미이다. 이 식탁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시간과 장소로서 존재한다. 영화는 `오프닝 신`에 이어 영화 전체 길이 100분 중 전반부 40분을 내레이션과 함께 식탁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전히 함께 모여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신자들 모임`을 보여준다. 과거에 신자 모임을 이끌었던 이가 아버지라면 지금은 그의 딸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들 세대를 이어주는 식탁이다. 이 식탁은 이중적 기능을 하고 있는데 두 자매와 마을 사람들이 기도모임을 하며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장소이자 동시에 그들이 음식을 나누는 장소다. 식탁은 전통을 계승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전통 계승의 장소).

 또한 영화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목사이자 자매의 아버지 탄생 100주년이 되는 생일에 특별한 만찬이 차려지는 것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 만찬에서 마을 사람들은 각자 과거 불우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그들에게 다가와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영적으로 하느님께 이끌어준 목사에게 감사하면서 목사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한다(기억을 복원시키는 기념제의).

 아울러 프랑스에서 온 신비한 여인 바베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았던 목사와 그 딸들의 희생적 의미를 만찬으로 완성시킨다. 그는 두 자매를 대신해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신도들 모임에 음식을 준비하는 등 14년 동안 무보수로 자신의 삶을 이웃을 위해 헌신해 왔다. 마침내 복권이 당첨돼 부자가 됐지만 바베트는 상금마저도 모두 마을 사람들을 위한 한 번의 만찬 요리에 쏟아부음으로써 모든 것을 다 내놓은 것이다.

 영화는 또한 바베트가 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생애도 두 자매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바베트는 목사→두 자매→바베트를 통해 지속해온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바베트의 만찬`으로 완성한다(모든 것을 다 내놓은 희생제의).

 이로써 만찬에 참여한 사람들은 친교를 통해 일치를 이룬다(친교와 일치의 공동체).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또한 필리파와 파핀이 부



가톨릭평화신문  201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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