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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영성] 31. 로마의 어릿광대(상)

고독ㆍ관상의 삶 살아가는 성직ㆍ수도자는 ''어릿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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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나웬 지음/가톨릭대학교출판부)
 
 
   이 책은 헨리 나웬(1932~1996) 신부가 5개월간 로마에 머물면서 신학생과 수도자, 사제를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이다.

 나웬 신부는 세상 중심에서 한걸음 물러나 고독과 독신, 기도와 관상의 삶을 살아가는 성직자, 수도자를 어릿광대에 비유했다. 화려한 서커스 무대에서 어릿광대는 주변 인물이다. 공연 중간 쉬어가는 시간에 등장해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며 분위기를 띄운 뒤 다음 무대를 위해 사라져버린다.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도우며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주는 사람들에게서 이 같은 어릿광대의 모습을 발견했다. 버려진 노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헌신하는 의료봉사수녀회 수녀, 노숙인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수사, 장애인공동체를 꾸려가는 사목자….

 나웬 신부는 "로마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은 어릿광대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겸손으로 거룩한 삶을 살면서 미소 짓게 하고, 희망을 일깨우는 주변 사람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하느님께 삶을 봉헌한 이들에게 "고독은 공동체가 성장하는 터전"이라며 고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고독하기에 사람과 관계가 더 친밀해질 수 있다며 고독에 관한 오해부터 바로잡았다.

 "고독은 함께하는 시간과 대조되는 개인적 시간이 아니며, 우리의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는 시간도 아니다. 고독은 공동체 생활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고독은 공동체가 성장하는 터전이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고, 놀거나 함께 일할 때에만 서로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웬 신부는 "고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것과, 공동체 삶은 우리 의지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리의 일치된 존재 현실에 대한 순종적 대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고독에 몰입할 때 우리가 처음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선포하게 된다. 고독은 두려움과 분노의 충동에서 자유롭게 해주며, 불안하고 난폭한 세상에 희망을 보여준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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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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