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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길에서 길을 찾다」를 읽고

모든 시간 속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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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만나는 길은 한 길이 아니라 여러 갈래라고 들었습니다. 그 중 두 신학생이 선택한 40일의 광야 체험은 공생활 전 주님의 40일 광야 체험과 주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떠나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뭔가 굉장한 사색의 결정을 건져낼 것만 같은 기대감을 걸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과연 체험은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배고픔으로 인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어간 빵집에서는 “아침부터 재수 없게…마수걸이부터 공손님이야”라는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물이라도 한 통 떠가려고 들어간 식당의 아주머니가 “학생들, 밥은 먹었어?” 하며 따뜻한 밥과 국을 내오실 때는 제가 다 고마워서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청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베푸는 법을 깨달아 가는 여정을 함께 따라갔습니다. 똑같이 청함을 받았으나 베푼 자와 베풀지 않은 자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그렇게 청함을 받을 때 베풀 수 있는 사람인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옛말에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 했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여유도 없이 내 판단으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타인의 삶까지 재단하며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찔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주님의 은총을 느낀 것은 강연이나 기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친절하고 따스한 마음’을 통해서였다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행위 자체보다는 행위의 의도나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며, 결국 사랑이 없으면 그 행동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이 여정을 함께하며 주님은 소리 높은 외침이나 거창하고 화려한 행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시간 속에서 늘 함께하시며, 특히 부족하지 않으면 가진 것의 고마움도 모르지만, 부족할 때마다 채워주시는 사람들의 손길 속에서 만나지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김혜정(베로니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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