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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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독설] 이용결 ‘성서와 함께’ 편집장

‘벗이자 스승이요 멘토’인 신심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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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3월 창간돼 올해로 창간 40주년을 맞은 월간 「성서와 함께」 이용결(루카·57) 편집장은 출판사의 ‘산 역사’라 불린다. 1975년, 당시 대학생이던 이 편집장은 「성서와 함께」의 편집에 참여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86년 편집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그는 묵묵히 한자리에서 필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말씀의 중개인’으로서 그 소명을 다 해왔다.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도서출판 성서와 함께 편집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하느님과 소통하기 위해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듯, 신앙의 선배, 동료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은 틀 안에 갇힌 신앙생활을 확장하고 성숙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소통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신심서적 독서를 꼽았다.

어린 시절 그는 월간 「소년」 애독자였다. 청년기에는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를 통해서 하느님을 찾는 젊은이의 진지함과 열정, 솔직함에 공감했고, 「이 세상에 천국을」, 「하느님-세상-사람」 등에서는 어릴 때 받은 교리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또 「해방신학」은 그리스도인으로 지녀야 할 비전과 사회 책임을 각인시켜 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친 신심서적은 성경이었다. 그는 “성경이 신심서적의 가장 중심이며 기초를 이룬다”며 “성경과 신심서적을 함께 읽는다면 조화롭고 건강한 신앙생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편집장은 늘 가방 속에 신심서적을 넣어 갖고 다니며 읽는다. 읽다가 마음에 와 닿으면 밑줄 그어 정독하고, 중요한 글은 따로 옮겨 놓는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것이 신심서적의 큰 매력이라고 했다.

“대개 그런 내용은 현재 저의 신앙생활과 알고 믿는 바를 흔들어 놓은 것들이죠. 그런 경우 읽다가 멈춘 다음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시 읽습니다. 제게 신심서적은 오래된 친구 같습니다. 그냥 꽂아만 놓고 바라보아도 그동안 나눈 교분이 떠오릅니다. 언제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자, 스승이고, 멘토입니다.”

보통 일반서적에 비해 신심서적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나의 수준과 상황에 꼭 맞는 책을 고르기 어려워 쉽게 흥미를 잃고 만다. 그에게 편집장이 아닌 일반 신자로서 신심서적을 취사선택하는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먼저 신문에서 소개하는 교회 서적들의 제목과 필자를 유심히 봅니다. 그중 지금 나에게 우선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와 관련 있는 책을 고릅니다. 잘 모르는 필자는 약력과 서문, 소개의 글을 참고합니다. 세상 책들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듯, 좁아 보이는 교회 서적에도 다루는 폭이 꽤 넓습니다. 다시 말해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제법 많다는 것이죠.”

그는 신심서적이라고 해서 특별한 독서방법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일반도서가 시대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신심서적은 그의 하느님 체험이 어떠했는지, 그의 믿음이 어떻게 표현됐는지에 유의해 읽게 된다고 말했다.

“처음 신심서적 읽으려는 분들은 주변에 요청하거나 성물방에서 신앙 체험을 담은 얇은 책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 글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그 필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시거나 비슷한 경향의 다른 신심서적으로 확장해 가시면 됩니다.”

내 인생의 책은

「구약성서 제1편 창세기」(선종완/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1958)

성경을 소개하기가 주저되지만 어쩌랴, 가장 크게 나를 흔든 책이니. 신앙도 잃고 대학도 떨어져 어둠을 헤매던 내가 여기서 하느님의 품을 처음 느꼈으니. 누런 갱지로 된 이 성경을 대할 때마다 첫 대면의 눈물이 떠오른다. 나중에 선 신부님의 번역 초고를 보니 수없이 쓰고 지운 흔적에서 드러나지 않는 역자의 수고를 깊이 느꼈다.

「성 프란치스꼬의 잔꽃송이」(프란치스꼬회 한국관구 옮김/분도출판사/1975)

프란치스코 성인의 일화 모음집이다. 옛이야기를 읽듯 술술 읽히는데 성인의 꾸밈없는 단순함과 솔직함, 우주를 껴안는 비전, 공동체 안에서 겪는 기쁨과 고통은 마음을 때렸다. 이 책을 통해 신앙의 깊이와 너비를 엿본 뒤, 줄곧 성인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위성이 되었다.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이연학/성서와함께/2006)

성경을 좀 더 이해하는 길을 찾아 헤매다 뒤늦게 만난 옛 전통,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성경으로 성경을 읽는다, 기도하며 읽는다, 방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목조목 맛깔나게 일러 주는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니, 안 보이던 성경의 메시지가 하나씩 눈에 뜨인다. 조급해하지 말고 이렇게라도 조금씩 눈뜨면 좋겠다.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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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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