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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서재]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수도원 기행」

시대의 아픔 생생히 담아내는 남다른 소명의식 드러내 , 사형수 등 소외된 이들 향한 시선 견지/ ‘삶과 죽음’, ‘종교와 구원’ 문제 중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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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이나 시리즈가 아닌 단행본만으로 통권 10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작가 공지영(마리아). 늘 화제의 중심에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는 공씨는 시대의 아픔을 고뇌하며 남다른 소명의식과 열린 감각으로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해 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80년대 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나 사회 변혁의 열정이 급속히 사그라진 세상에서 방황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운 이른바 ‘후일담 문학’으로 주목받았다. 90년대에는 남성들과 똑같이 교육받고 꿈을 꾸었으나 막상 어른이 된 후 가부장제적 사회 질서 속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다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페미니즘 작가의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94년에는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 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며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의 관심은 늘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봉순이 언니」, 「도가니」에서는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달해도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최근에는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룬 르포르타주 「의자 놀이」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시대의 절박한 요구를 다루면서도 서사 중심의 극적인 구성으로 쉽고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세대와 나이를 초월해 폭넓은 지지와 사랑을 받아왔다.

공씨는 지난해 25년간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고 결산하는 차원에서 20여 편의 작품에서 하나하나 길어 올린 365개 글귀를 수록한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인생의 의미와 사랑의 길, 작가로서의 소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과 깨달음의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제10회 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과연 인륜을 무너뜨린 자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인가? 2005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인권과 사형제도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2명의 사형수를 취재했다.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두려움이 아닌 따뜻함이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윤수와 자살을 통해 스스로 생의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유정. 죽음과 삶의 고리로 이어져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형수라는 사회의 거울에 비춰 본 우리 자신도 결국 죄인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 달간의 유럽 수도원 기행을 통해 신과 인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그린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도 2009년 개정 신판으로 출간됐다. 공씨가 직접 수도원을 순례하고 쓴 이 책은 창작 생활 13년 만에 처음으로 쓴 기행 에세이이기도 하다.

중세의 전통과 더불어 철창까지 그대로 간직한 봉쇄수도원에서 초현대식 건물에 십자가 대신 벽화가 걸린 수도원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간직한 수도원들과 하느님의 품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중심축이 되는 것은 이들 수도원을 찾아다니면서 다시금 맞닥뜨린 작가 자신의 종교와 구원,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작가는 18년 만에 신앙을 찾게 된 이유에 대해 가슴 절절한 언어로 고백한다.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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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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