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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3) 새해전야

다른듯 같은 사람들의 행복 추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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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준 신부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묵시 21,3)

홍지영 감독의 극영화 ‘새해전야’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 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홀연히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 결혼을 앞두고 직원의 횡령으로 위기를 맞이한 여행사 대표 용찬, 남편의 집착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게 된 재활 트레이너 효영, 스노보드 국가대표 남자 친구의 프러포즈를 받지만 왠지 불안한 원예사 오월이 등장한다.

서로 상관없을 것 같은 주인공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행복을 추구하며 살지만, 지금 삶의 위기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 사랑의 문제, 재정적인 문제, 가정 폭력의 문제와 같이 서로 다른 성격의 것이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흔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로 고민하고 좌절하기까지 한다.

다행히 주인공들이 가진 삶의 어려움은 또 다른 관계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는 거기에서 우연히 재헌을 만나 여행을 하게 되고, 재활 트레이너 효영은 신변 보호차 찾아온 형사 지호를 만나고, 여행사 대표 용찬은 약혼자 야오린과 누나 용미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게 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고민하던 오월은 어머니와 망가진 화원을 가꾸며 속 깊은 대화를 하게 된다.

정신없는 주인공들의 수평적인 이야기 모음 같지만, 영화가 계속 이어짐에 따라 인물 간의 연결고리가 발견되면서 서로의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게 된다.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서로 상관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관계 안에서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내 어려움에 갇혀 타인을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타인에게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절대화하는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우리의 공동체성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신적인 선함을 나누도록 초대되었고 그 선함을 대가 없이 나눌 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대면의 관계가 일상이 되어 간다. 인격적인 만남이 아닌 수단을 통해서 타인을 접하게 되는 시대에 익명의 폭력성을 주의해야 한다. 비록 얼굴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저 너머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고, 내가 무심코 사용한 거친 말은 돌고 돌아 다시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이어지는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하느님 사랑을 살아가는 좋은 말과 행동을 먼저 실천할 때 지금 여기에 그분은 현존하시면서 당신의 친교를 우리 안에서 완성해 나가실 것이다.

10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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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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