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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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5)타인의 친절

낯선 뉴욕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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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도와 너의 자선이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 좋게 기억되고 있다.”(사도 10,4)

지난 4월 7일 개봉한 영화 ‘타인의 친절’은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두 아들과 함께 무작정 뉴욕으로 온 주인공 클라라와 그녀를 우연히 돕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클라라와 두 아들은 아는 사람도, 가진 돈도 없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타고 온 차가 사라진다. 신용카드도 막히고, 당장 먹을 것과 잠자리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게 된다.

클라라는 어쩔 수 없이 상점에서 몰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노숙자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공공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우연히 파티가 열리는 러시아 식당에 하객인 척하고 들어가 허기를 달래는데, 식당 매니저 마크에게 가짜 손님인 것을 들키게 된다.

마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클라라를 보내주고, 클라라는 추위를 피해 교회에 갔다가 용서 모임을 주관하는 간호사 앨리스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사무실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이 만남을 계기로 용서 모임에 나오는 마크와 그의 친구 변호사 존 피터가 그녀를 돕게 된다.

언론을 통해 보이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영화에 등장하는 뉴욕의 모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냉혹하다. 일자리를 잃고 방세를 못 내 쫓겨나는 사람들과 무료 급식소의 긴 줄과 동사 직전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노숙인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다행히 클라라는 뉴욕에서 냉대와 무관심 대신 낯선 이들(타인)의 친절을 체험한다.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마크, 티모피, 앨리스, 제프, 존 피터 같은 사람들이 이제는 클라라의 친구들이 되어 잠자리를 내어주고, 클라라를 쫓아다니는 남편을 피하면서 법적인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실 클라라를 돕는 이들은 경제적인 여유와 심리적인 안정을 지닌 것은 아니다. 용서 모임에 나올 정도로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다. 그렇지만 클라라를 돕겠다는 선한 마음을 실천했고, 그 실천을 통해서 클라라뿐만 아니라 서로가 마음을 열고 돕는 관계로 발전한다.

팬데믹 시대를 1년 여 넘게 보내면서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는 느슨해지고, 무관심이 그 자리를 채워간다. 그래서인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도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기억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해도 클라라 같은 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 때 이 사랑의 신비는 우리 안에서 자리 잡고 성장하게 된다. 교회의 자선활동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하는 ‘백신 나눔 운동’에 참여하여 이 시대 고통받은 이들을 기쁘게 돕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한다.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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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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