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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17)노매드랜드

집 없는 유목민의 삶과 새로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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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의 배경이 된 미국 네바다주 엠파이어. 석고보드의 수요가 줄면서 공장은 2011년 문을 닫게 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여 엠파이어는 우편번호까지 사라지는 유령도시가 된다.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도 실업자가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암으로 사망한다. 한순간에 일어난 불행으로 펀은 작은 밴을 개조해 숙식을 해결하며 ‘노마드’의 삶을 시작한다. ‘노마드’는 집 없이 떠도는 유목민을 의미하는데, 영화 ‘노매드랜드’는 제시카 브루더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3년간 취재하여 쓴 논픽션 「노매드랜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 출연자 중 ‘펀’과 ‘데이브(데이빗 스트라단)’만이 실제 배우이다. 나머지 출연자들은 모두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만났던 유목민 생활을 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영화적 현실감을 높여 노마드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드(펀 역)의 연기는 단연 으뜸이다. 노마드로 분장한 그녀의 모습은 어떤 분장이나 의상으로도 흉내를 낼 수 없는 유목민의 삶 자체가 묻어나 보인다. 짧은 머리에 각지고 주름진 얼굴의 중성적인 모습인데도 그녀에게는 묘한 품위가 느껴진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지키려 애쓰는 ‘스위트 홈’은 언제까지 유효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기억되는 한 살아있는 것”이라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펀을 기억하고 도움을 준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 스완키 또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영원한 이별은 없다”며 펀에게 깨달음을 준다. 많은 사람이 장작불을 중심으로 모여 스완키의 죽음을 추모하는 장면은 의미를 더한다.

구약의 아브라함과 모세는 물론 예수님과 베드로, 바오로 사도, 지금의 사제, 수도자들은 모두 노마드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수님께서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고 말씀하셨듯이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미래의 희망적인 삶을 얻게 된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77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시작으로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전 세계 영화제와 수상을 두루 휩쓴 작품이다. 철학적인 내용을 이렇게 단순하고 쉽게 보여주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역량에 놀라울 따름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로 보일 정도로 광활한 사막과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경이로운 바위 절벽 등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영화의 시작과 마무리에 흘러나오는 피아노곡 또한 각자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게 하는 듯한 울림을 주어 오래 기억에 남는다.

4월 15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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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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