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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희 신부의 영화 속 복음여행] 해롤드 래미스 감독 "사랑의 블랙홀"

영화 속 축일의 의미- 주님 봉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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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또다시 찾아오는 어제인 `성촉절`
가치 있는 삶 통해 `내일`을 찾는 과정 코믹하게 그려
봉헌의 가치에 대한 전례적 의미 심층 깊숙히 간직



 
▲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리타 얼굴을 얼음 조각하는 필.
 
 
1. 해마다 전례시기는 반복된다. 일상의 달력이 그러하듯, 교회력도 세속적 일상 안에서 언제나 그 나름의 고귀한 의미를 담고 우리 삶의 중심에 있다. 대림-연중-사순-부활-연중으로 이어지는 1년의 과정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기념하고 하느님 은총을 구하며 자기 삶을 변화시킨다. 그리스도인들의 이런 전례시기나 성인들의 축일을 직접 주제로 해서 내용을 다루지는 않더라도 은근히 그 의미나 주제를 함축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들이 있다. `40 데이즈 40 나이트`(40 Days And 40 Nights, 2002)처럼 사순시기 40일 동안 금욕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나, 성탄시기를 배경으로 한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같은 영화가 그것이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영화를 영적으로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가운데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은 전례와 문화를 함께 이해해야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는 영화다.

미국의 경칩 `그라운드호그 데이`


 2. 우선 영화 제목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 제목은 `그라운드호그 데이`인데, 우리말 제목은 `사랑의 블랙홀`이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봄을 예언하는 축제일로서 그라운드호그(Groundhog) 혹은 마멋(marmot)이라는, 다람쥐를 닮은 모습에 몸집은 토끼만한 동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겨울이 얼마 남았는지 점치는 날이라고 한다. 이 축제는 지겨운 겨울이 빨리 끝나고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축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원래 2월 2일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예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날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은 성모 마리아가 모세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아기 예수를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한 것(루카 2,22-38)을 기념하는 날로 `주님 봉헌 축일`이라 불린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이날을 초 축복 날로 정해 초를 축복하고 촛불행렬로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에게 구원의 빛이 되신 것을 기념한다고 해서 성촉절(聖燭節, Candlema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인 `주님 봉헌 축일`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봄을 기다리는 행사 의미가 더해지면서 `그라운드호그 데이`라는 모두가 기념하는 축제가 된 것이다.

 우리말 제목 `사랑의 블랙홀`은 원래 제목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서양 문화와 그리스도교에 낯선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짤막하게 줄여서 제목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목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시간의 블랙홀에 빠지게 돼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원래 영어제목과 결합하면서 영화를 더욱 전례적이고 영성적으로 해석하게 하는 묘한 아이러니를 지닌다. 


 
▲ 변화된 필 모습에 감격해 `가치 있는 사람` 경매에 자신의 지갑을 통째로 거는 리타.
 

 
▲ 매일 아침 똑같이 반복되는 시간.
 

시간의 블랙홀에 빠져든 `성촉절`

 3. 기상 캐스터인 필 코너스는 나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일상세계



가톨릭평화신문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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