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상주하며 기도하는 사제들이죠.
주교좌 기도 사제들이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됐습니다.
그 사이 주교좌 기도 사제는 4명에서 6명으로 늘었고요.
사제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는 신자도 많아졌습니다.
부임 6개월을 맞이한 주교좌 기도 사제들을 만나봤습니다.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명동대성당에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가 힘차고 웅장합니다.
<성무일도>
“주님은 이시간에 십자가에서 극도의 목마르심 겪으셨도다. 우리도 이시간에 찬미드리며 정의의 목마름을 겪게 하소서. 죄악은 한결같이 미워하면서 덕행을 행하도록 도와주소서.”
주교좌 기도 사제들은 지난해 9월부터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성무일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오전 7시 40분엔 아침 기도, 오전 11시 45분엔 낮 기도, 오후 5시 20분엔 저녁 기도를 바칩니다.
주교좌 기도 사제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함께 기도하는 신자들이 늘었는데, 저녁 기도 참석자가 가장 많은 편입니다.
명동대성당에 상주하며 기도한 지 6개월.
사제들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여인영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6개월은 기도에 푹 젖어있던 시간이었습니다. 흡사 트라피스트 수도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유승록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느슨한 피정과 같은 일정.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주교좌 기도 사제들은 허리에 검은 띠를 두르고 머리에 비레따를 착용합니다.
아무래도 머리에 쓴 비레따를 보고 주교좌 기도 사제를 알아보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박경근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모자가 하나의 뭐랄까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기도 하고, 첫 대화 말문을 여는 소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은 주로 성물 축복이나 안수를 청하는데, 그 중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있었습니다.
<정운필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자녀가 죽었다 그러면서 안수해달라고 하고. 깊게 대화는 할 수 없어도 자그마한 준성사 행위로 사람들한테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서울대교구에만 있는 주교좌 기도 사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4명이 임명됐고, 올해 1월 2명이 추가로 임명돼, 현재 6명이 됐습니다.
부임한 지 한 달 된 주교좌 기도 사제들은 매일 성무일도를 정성껏 바치며 전율을 느낀다고 고백했습니다.
<강석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제가 직접 받은 느낌은 아주 전율이 살짝 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고 아마 신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성진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지금 얼마나 저희가 미사를 할 때나 기도를 할 때나 기도문의 속도가 빠른지. 이것이 교구에 있는 신자들의 내적 쇄신의 첫 걸음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시간을 정해 함께 기도하는 것은 초대 교회부터 중요하게 여겨 온 전통입니다.
주교좌 기도 사제들에게 성무일도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하니,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강석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성무일도는 숨 쉬는 것. 그 중에서 저는 내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숨.”
<여인영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저는 영혼의 창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진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교회 공동체 자신과 세상을 위해 바치는 기도”
<박경근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기둥이고 다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운필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밥. 밥이죠. 항상 먹어야 되는 것.”
<유승록 신부 / 주교좌 기도 사제>
“성무일도란 저에게 삼시세끼. 하루 세 번 밥을 먹듯이 세 번의 기도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좋겠다.”
주교좌 기도 사제는 올 여름 2명이 추가로 임명돼 8명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주교좌 기도 사제들은 이후 신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