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교회가 국가와 사회가 추진하는 출산ㆍ보육정책에 참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사목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형 키즈카페’를 올해 100곳, 2026년까지 400곳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지역 내 민간시설뿐 아니라 종교기관이 원할 경우 종교시설에도 키즈카페를 조성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가톨릭기관에서 지상 1~4층에 위치한 150㎡ 이상의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최대 12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 및 월평균 1275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가톨릭교회도 직장인들이 많은 교회 인근 지역에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형 키즈카페’ 정책 발표 후 서울 명동 지역 교회기관을 살펴본 결과 충분한 보육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에는 서울대교구청 240여 명, 가톨릭평화방송 160여 명, 가톨릭회관 근무자를 합치면 가톨릭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만 4백 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대교구청은 직원 중 74가 여성이다.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도 90여 명의 근무자가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이 50여 명이다. 물론 상당한 보육 수요가 있지만, 이 정도 인원으로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개신교 운영 어린이집은 인근 직장인 자녀의 보육을 맡는 방법으로 수요 부족을 해결했다. 명동대성당과 가까운 영락교회는 1998년부터 30여 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7년부터 맞벌이 직장인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영락교회 어린이집은 국가 교육과정인 표준보육과정에 맞춰 영유아를 돌보고 있다. 또 2017년 3월부터는 중구청에서 국공립 남산숲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도 백여 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신자뿐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의 자녀 보육도 맡고 있다. 앞서 2021년 개신교 주요 교단들은 국가 차원의 저출산 극복과 출산돌봄운동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출산돌봄국민운동 한국교회 발대식을 가진 바 있다.
한편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5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올 들어서도 출산율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 9939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2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 2만 명 선이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홀로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집 근처 생활권에서 더 많은 ‘서울형 키즈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올해는 공공시설뿐 아니라 아파트 등 민간시설에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