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부모가족 정책대안 토론회, 양육비 이행법의 낮은 실효성 대체할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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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의 낮은 실효성을 대체할 방안으로 ‘양육비 대지급제도’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부모 가족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국회에서 열린 ‘한부모가족 빈곤실태와 정책대안’ 토론회에서다. 양육비 대지급제는 양육비가 원활히 지급되지 않을 때,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양육비 미지급자로부터 추후 회수하는 제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시행하는 해외 사례가 소개됐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박사는 “생계와 돌봄을 홀로 책임지는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난한 소송과정과 절차는 부담될 수밖에 없고, 이 결과 또한 양육비 확보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의 유럽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 국가는 한부모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국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독일은 최대 17세까지 국가가 양육비를 지급한다. 전국에 설치된 수당 대지급 사무소에 신청하면 12~17세의 경우, 올해 1월 기준 47만 원의 양육비를 매달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스웨덴에서는 온라인 신청을 통해 6주 이내 대지급 여부가 결정되며, 10일 이내에 양육비가 지급된다. 양육 대상 당사자인 자녀도 신청할 수 있다.
핀란드는 정부기관이 만 18세 미만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약 26만 원을 대지급하고 있으며, 15세 이상일 경우 직접 지급도 가능하다.
국가는 대지급한 양육비 회수에도 나서고 있다. 독일은 국가로 이전된 양육비 청구권을 바탕으로 미지급자의 고용형태, 근무지, 소득에 대한 정보를 고용주에게 요청할 수 있다. 보험회사나 세무서, 사회보장기관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거주지 및 소득 정보 등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양육비 미지급자로부터 양육비를 강제 회수한다.
스웨덴의 양육비 미지급자는 대지급 즉시 사회보험청에 대한 상환의무가 발생한다.
핀란드는 국가연금기관이 대지급된 양육비 채무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양육비 미지급자가 정해진 기일 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이행으로 대지급 금액을 회수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반 채무자의 경우, 최대 3개월까지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자녀 양육비에 대해서는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가 양육비 지급에 부여하는 책임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 조사관은 “양육비 대지급제는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를 참고하면 우리나라의 높은 한부모가족 아동 빈곤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밀린 양육비를 받기 위해서는 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을 얻어내 감치명령을 결정 받기까지 평균 4년이 걸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내세웠지만,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는 관련 공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7일 생명 주일을 맞아 봉헌한 ‘생명을 위한 미사’ 강론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등에 대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