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제의 눈] 김남국 코인의 도덕성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작가 박완서는 자신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에서 부자들에게 가난을 도둑맞았다고 합니다. 소설 속 가난한 주인공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남자와 동거를 합니다. 그런데 자신처럼 가난한 줄 알았던 동거남은 사실 부잣집 아들로 아버지가 어디 가서 고생 좀 실컷 하라고 보낸 가난체험 중인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에 낙담한 주인공은 가난을 흉내 내는 부자들에게 가난을 도둑맞았다고 고백합니다.

“평생을 짠돌이로 살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얼마 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가난한 청년 정치인이었습니다.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매일 라면만 먹으며 보좌진과 단칸 방에서 잤다는 그의 말에 시민들은 큰 후원으로 응원을 보냈습니다. 시민들은 청렴하고 개혁을 앞세운 젊은 초선의원에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가난하다는 그의 주장과 다른 모습에 시민들은 실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이 수십 억 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정황이 들어났습니다. 자신이 큰돈을 투자한 가상화폐에 세금을 부가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에 대해 김남국 의원은 불법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이 “윤석열 정권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허탈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허탈합니다. 나도 아끼고 절약하면 저렇게 살 수 있는 것인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땀 흘려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마치 가난을 도둑맞은 느낌입니다. 

“민주당은 도덕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김남국 의원의 모습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의 도덕주의가 문제라며 김남국 의원 편을 들었습니다. 법만 잘 지키고 능력만 좋으면 되지, 도덕적 틀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입니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민주당에 도덕주의가 너무 강하다며 도덕의 기준을 낮추자고 했습니다. 또한 민주당 성향의 어떤 이는 이제 진보도 부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김남국 의원 논란으로 나온 세 단어. 진보와 도덕 그리고 부자. 이 세 단어를 해석하면 김남국 의원 논란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봅니다. ‘진보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또 ‘진보도 부자가 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물론입니다. 진보를 떠나 누구나 부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투기와 같은 부도덕한 것이 아니면 교회는 부의 추구를 나쁘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포기하지 못하는 진리가 있으니,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치는 도덕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의 권위는 도덕적 권위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덕은 단순히 법을 잘 지키는 준법이 아니라 어려운 이에 대한 자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교회는 말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정치인이 가져야 하는 도덕성이라고 교회는 말합니다. 도덕은 나만의 도덕이 아니라 우리 이웃과 연결된 공동체의 도덕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참다운 도덕은 부의 추구를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안에서 돈에 대한 욕심은 반드시 가난한 이의 상처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덕성을 법을 잘 지키자는 준법의 수준으로 낮추고 그런 도덕성으로 부의 추구를 원한다면 민주당은 이제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고백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세상의 진보는 합법적으로 부를 쌓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혁하여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스스로를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부르는 민주당이기에 도덕성과 부의 추구에 대한 고백은 가난을 도둑맞은 이들에게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남국 코인의 도덕성>입니다. 부와 명예가 아닌 공동선을 추구하고, 어떠한 이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정의와 진리를 찾아가는 도덕적인 정치인이 많아지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5-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8

2베드 3장 8절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