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뱃속의 태아를 살해하려는 현대의 헤로데들에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연구위원인 이동호 신부가 일침을 가했다. 생명위가 새로 발간한 「신부님, 질문있습니다」를 통해서다. 책은 생명위가 발간하는 웹진 ‘생명을 위하여’에 이 신부가 연재한 생명칼럼을 엮어 최근 발간됐다.

이 신부는 저서에서 “임신에 이르게 되는 절차를 볼 때, 남성은 물론 여성도 스스로 이미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이어질 결과에 대해서도 동의한 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자 순리일 것”이라며 “낙태에 있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란 임신의 지속 또는 중지를 말하고 있지만, 내용은 결국 태아를 살리냐 죽이냐를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의미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일반 권리 이외에 생리적 특수성을 지닌 여성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의미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것이 이유가 됐다. 이에 이 신부는 “죄가 무겁고 벌이 무섭다고 선과 악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택하고,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하면 된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낙태와 같이 생명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오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부님, 질문있습니다」는 인간생명, 동성애, 정결, 안락사, 동물생명 등 신자들이 평소 판단하고 선택하기 어려운 다양한 생명 관련 주제에 대해 우리가 올바로 이해하고, 해답을 찾도록 안내해준다. 1997년부터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로 24년간 재직한 이 신부가 윤리학적 관점으로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해석해주고 있다. 본당의 사목위원, 특히 생명 수호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 가운데 생명에 대한 교회의 어려운 가르침에 답답하거나 막막한 이들에게 지침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생명위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추천사에서 “주체성, 자율성, 자기결정권 등이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이를 올바르게 행사할 만큼 충분히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신자들이 생명과 관련한 주요 이슈에 대해 교회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