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자유는 인격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존중에
깊이 뿌리를 두면서 협력과 공존에 개방된 인본주의적 시각의 지평 안에서만 참으로
보장될 수 있다.”(75항)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문헌 「모든 이의 선을 위한
종교 자유」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위원회 위원인 박준양 신부와 성서학 박사
안소근(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수녀, 공의회 교회론 박사 최현순(데레사) 교수가
함께 번역했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이
나온 지도 반세기가 흘렀다. 이에 국제신학위원회 종교자유소위원회는 2014~2019년
변화된 현대 상황 속 ‘종교 자유’를 주제로 심도 있는 신학적 연구에 돌입했고,
2019년 교황의 최종 승인 아래 이 문헌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우리는 종교
자유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문헌은 종교 자유의 개념을 인간의 존엄과 시대적
상황,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 그리스도교의 원리 등 여러 복합적인 관념들을 통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자유와 다원주의를 지향하게 됐지만,
다양한 문화와 정치 상황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한편으로 개인의 존엄과 평화적 공존,
종교 간 대화와 같은 인본주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과학 기술과 경제 발전 속에
종교가 위축될 것이란 고전적 전망과 달리, 인본주의 문화 속에 종교가 공존의 특성과
삶의 방향 제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종교
자유는 모든 인간 존엄성의 양도할 수 없는 요구이며, 개인과 민족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모든 자유의 전제이기도 하다.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인간은 영적인 차원도 지니는데,
이처럼 종교적 차원은 인간 의식 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격에 내재한 소명은 하느님
계획에 따른 인간이 되는 것으로, 하느님을 알 수 있도록 창조되었으며 초월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종교 자유의 개념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의 도덕성과도
결부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윤리적 자유의 근원인 종교 자유가
모든 이에게 존중된다면, 그것은 정치적 법률적 사회가 진정한 전인적 발전의 실현을
보장한다는 표지가 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종교는 함께 걸어가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일하며 평화를 이루고자 서로 도우려는 결심을 지닌다고 말했다.
문헌은
“종교는 삶의 정의의 구원과 그 역사의 완성이 지닌 바로 이 초월성을 일깨우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밝힌다. 하느님 나라의 완성으로 우리를 이끄는 주님은 모든
이에게 당신을 따를 자유를 주신다고 문헌은 재차 강조한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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