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ㆍ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제심포지엄
▲ 왼쪽부터 최병욱 교수, 장정란 박사, 신의식 교수, 맹제영 신부, 한상준 교수, 도현우 신부. 화상으로 토론과 주제발표에 참여한 황츠롱 타이완 중앙연구원(박사과정), 천팡종 푸런대 교수가 화면에 띄워져 있다. |
교황청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와 수교를 희망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산화 이후 1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의 양떼는 대륙에 남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래서인지 임기 첫날 ‘안락지대를 떠나’(leave the comfort zone) ‘국경을 넘어’(crossing frontiers) ‘잃어버린 양을 찾는’(searching for lost sheep) 데 지극한 관심을 표명했다. 중국의 양떼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정부는 교황청과의 수교에 별반 관심이 없다. 주도권 또한 교황청에 있지 않다. 해서 교황청은 2018년 9월 외무차관 앙투안 카밀레리(현 에티오피아ㆍ지부티 교황대사) 대주교를 중국에 파견, 왕차오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주교 임명 임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공개돼 있지 않지만, 교황청 홍보부는 협약 체결과 동시에 비합법적으로 주교품을 받은 중국 주교 7명에 대한 파문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임시 협약은 2년간 지속했고, 2020년에 이어 2022년 10월에 다시 2년간 연장됐다.
3일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에서 ‘중국 교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역사적 관점에서 본 천주교와 사회주의 상호관계’을 주제로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회장 신의식)와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 공동 주관으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천팡종 타이완 푸런대학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천 교수는 먼저 교황청의 대중국 외교 원칙은 △지역(중국) 교회의 자유와 발전 △착한 목자로서 교황의 모든 지역 교회에 대한 관심 △중요한 교회(중국)가 덜 중요한 교회(타이완)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것 △세계외교의 주류, 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른다는 것 등 네 가지라고 설명하고, “시진핑 집권 시기에 교황청과 중국 간 외교관계를 수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점차 더 전체주의적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9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시기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 주석이 양자 간 만남을 거부했던 것을 들었다.
천 교수는 “천주교와 관련된 중국의 내정은 ‘천주교의 중국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가톨릭의 현지화라기보다는 ‘천주교의 공산주의화’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교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중국 교회가 보편 교회의 일원이라는 것, 또 교황의 중국 주교 임명 권리는 대중국 외교에서 교황청의 마지노선이며, 수교 목적을 위해 포기돼서는 안 되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최병욱 강원대 교수는 ‘온전한 희생 : 중국인의 반그리스도교 운동에 대한 뱅상 레브(1877∼1940) 신부의 치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그는 중국 교회가 참으로 중국적 교회가 돼야 함을 교회 장상들보다 먼저 알고 그것을 위한 투쟁에 온 삶을 바쳤다”며 “나아가 중국 사회와 소통함으로써 중국인들의 반그리스도 감정을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것은 레브 신부의 온전한 희생, 곧 전희생(全犧牲)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천주교 혼돈시기 갈등의 산물 : 중국 천주교 애국회’를 주제로 발표한 신의식(멜키오르) 충북보건과학대 교수는 “애국회와 중국 정부는 교황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지상(관방, 官方) 교회와 지하(충정, 忠情) 교회 간 갈등은 어떻게 풀지, 또 그 관계가 개선된다면 지하교회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문제는 너무도 풀기 어려운 숙제”라면서도 “문제 해결에 앞서 중요한 건 교회는 교회 안에 있어야 하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상준 아주대 교수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진루셴(金魯賢) 신부의 선택과 활동’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진루센 신부(훗날 주교)는 중국 천주교 발전과 토착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인물로, 바티칸과 중국 정부가 모두 인정하는 사제이자 지도자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인물”이라며 “역설적이게도 바티칸과 중국, 양쪽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선택과 활동은 중국 천주교사 전개와 발전에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를 평가하는데 중국이 처한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