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업적과 발자취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발코니에서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CNS |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한 그해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해 침묵 중에 홀로 기도를 하러 가고 있다. CNS |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수호하고, 진리와 교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새천년기가 막 시작한 시기 베드로좌에 착좌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자연스레
주어진 사명이었다. 신앙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당시, 일찍이 신학자로 활약해온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즉위는 주님의 섭리였다.
세기 말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한 무신론자들의 범람과 교회를 향한 공격, 서구 사회에서 고삐 풀린
듯 쏟아져 나오는 세속주의 세태와 상대주의의 흐름 속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위
8년간 ‘교회의 수호자’ 역할을 다했다. 전임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공산주의와
싸웠다면,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그리스도교를 흔드는 사상의 풍랑과 맞서 싸웠다.
교황은
난무하는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격랑 속에 추기경 시절부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지, 신학자들의 실험장이 아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올바로 계승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계승해 ‘영적인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가 새로운 복음화로 무장하는 데 힘쓴 교황이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
▲ 2010년 몰타를 사목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젊은이들과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CNS |
▲ 쿠바 피델 카스트로 의장을 만난 베네딕토 16세 교황. CNS
28차례 해외 사목 방문, 복음화를 향한 헌신
교황은
28차례 로마 밖으로 나가 ‘지구촌 평화의 사도’의 역할을 다했다. 고향 독일을
3차례나 방문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하자”며 모국을 새 복음화 바람의 진원지로
만들고자 힘썼고, 카메룬, 요르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멕시코와 쿠바를
방문하며 ‘유럽의 교황’이라는 비난도 잠재웠다. 가정과 생명, 화해와 용서,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물질 만능주의와 세속화에 젖은 현대인들에게 가톨릭
전통과 문화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우며 새 복음화의 씨앗을 뿌렸다. 특히 가톨릭에
뿌리를 둔 유럽사회는 신앙으로 재무장할 것을 강조했다.
독일과 호주, 스페인에서
열린 3번의 세계 청년대회에도 참석해 젊은이들에게 신앙 열정을 불어넣었다. 교황은
10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운집한 대회 때마다 “그리스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갖고 단단한 신앙의 반석을 세워 하느님과 하나 되자”고 힘을 실었다.
특히,
2012년 교황은 쿠바를 사목 방문해 피델 카스트로 의장과 마주했고,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서 종교활동이 자유롭게 펼쳐지길 기원했다. 이를 계기로 쿠바는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종교 행사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으며, 이후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등 화해의 사도로서 역할도 다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6년 3월 25일 새 추기경들과 공동집전한 서임 축하미사에서 정진석 추기경에게 반지를 수여하고 있다.
추기경 90명 임명, 45명 시성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8년 재위 기간
한국 교회의 고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추기경 90명을 새로 임명하고, 보편 교회의
공동체 결집과 선교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옥현진 대주교와 김종수 주교와 손삼석
주교를 비롯해 96명에 이르는 각지의 사제들을 주교로 임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를 비롯해 세계 모든 신자가 공경해야 하는 복자도 45명 시성했으며,
130여 명을 시복했다. 교황이 즉위한 2005년 10억 9000만 명이었던 지구촌 가톨릭
신자 수는 8년 뒤 12억 5000만 명에 이르렀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