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터키 이즈미르에 있는 성 요한 주교좌 대성당이 2020년 진도 7.0의 강진으로 벽에 균열이 생긴 모습. 다행이 건물 붕괴는 피했지만, 우리도 지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SV |
튀르키예ㆍ시리아 지진을 계기로 한국 교회 건축물도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88년 국내에서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의 교회 건축물 가운데서도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교좌 명동 대성당 △대구대교구 계산 주교좌성당 △전주교구 전동성당 △나바위성당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 △서울 용산신학교(옛 예수성심신학교)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신학교 성당) 등은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돼 있어 더욱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같은 문화재를 포함해 오래된 교회 건축물 대다수는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드는 구조로 지어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홍성걸 교수는 “조적식 건축물은 지진이 발생할 때 기둥과 벽체에 발생하는 인장력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며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철근으로 보강해 인장 강도를 늘리면 벽돌 성당의 지진 피해를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봉(강철을 성형해 만든 봉 모양의 부재)으로 벽체와 기둥을 보강하는 방법과 건물 표면에 섬유 시트를 부착하는 방법도 도입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그러나 이렇게 보강할 경우, 외관 손상이 불가피하므로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비용은 신축공사의 30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는 지붕 구조와 뼈대를 묶을 방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1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교회 건축 문화재에 대한 지진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김성도 안전방재연구실장은 당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조적식 구조는 진동과 횡력(지진이나 바람과 같은 외부 환경 요소에 의해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에 매우 취약해 지진에 의해 지반이 흔들리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횡력은 지진이나 바람과 같은 외부 환경 요소에 의해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을 일컫는다.
김 실장은 “경주 지진과 같은 규모로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교회 건축물 인근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문화재 피해도 상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은 사실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외관 훼손을 최소화해 건축 문화재의 가치를 최대한 유지하고, 인명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진 피해로 훼손된 문화재는 수리 시 건축 문화재에 대한 도면과 사진ㆍ수리 이력 사항 등 정밀실측도면과 수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지진 피해를 고려한 주변 정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세 기록과 주변 정비 대책이 마련될 때 문화재의 원형 보존과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진 피해 발생 후에는 신속히 가설 지지대를 설치하고, 수리를 위한 문화재 긴급보수사업 예산 확보 등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