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올해로 70년.
전문가들이 모여 한반도 정전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설 평화나눔연구소가 창립 8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 소식,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53년 7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유엔군 대표가 만나 전쟁에 쉼표를 찍은 정전협정.
정전체제는 초기만 하더라도 정전협정을 일시적으로 유지하면서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로 출발했습니다.
“항구적 평화의 방편을 마련할 때까지”라는 협정 서문이 이를 말해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는 진단 이 나왔습니다.
<김병로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또 군비 축소라는 이런 새로운 어젠다(의제)가 생겨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커졌다고 보고요.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서 비핵화라는 갈등에 떨어진 불을 해결하기 위해서 급급하다 보니까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전협정의 당초 취지나 의도와는 달리 정전체제를 정당화하는 법과 제도, 문화와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김병로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형법이 이러한 상대 체제를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면서 정전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인 규정뿐만 아니라 사상과 담론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30년 간 이뤄진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는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시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3년 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남과 북에서 각각 48와 63의 주민들이 상대를 서로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신냉전의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북한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고강도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사고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평화유지 기능을 하는 정전체제의 역할을 인정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평화조성과 평화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화해야말로 정전체제 극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의제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남북 양쪽이 서로 분단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할 때 화해의 씨앗이 싹틀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병로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양쪽이 다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다, 피해자일 수 있다는 관점을 서로 공유해야 된다. 그래서 너도 피해를 받을 수 있고 나도 피해를 받았다라고 하는 시각을 공유하면서 그것을 자기의 경험으로 자기의 관점에서 스토리텔링, 이제 얘기를 풀어나가는 거죠. 그래서 풀어나갈 때 그것을 경청해서 듣고 경청하고 나면 공감이 생겨서 그다음에 사과를 하게 되죠.”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