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를 다니지 않는, 만 9세에서 24세, 노동자.
노동 현장에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학교라는 경계선을 넘어 이른바 ‘문제아’라는 낙인과 함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청소년들인데요.
주교회의는 지난 춘계 정기총회에서 올해 특별히 사목적 배려를 기울일 대상으로 이들을 꼽기도 했습니다.
CPBC 뉴스는 오늘부터 사흘 동안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들의 현실과 나아갈 길을 모색해봅니다.
오늘은 김형준 기자가 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기자] 성남의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26살 정수연씨.
정씨가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건 17살 때였습니다.
일주일 남짓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1년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수연 / 카페 근무>
“제가 학원비를 벌었어야 했는데 저희 집에서 지원을 해 줄 수 없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건 제 돈으로 했어야 했거든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잘 나가지 못하자 알지 못할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학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이후 중국집부터 전문식당가, PC방 등 여러 업장을 거친 정씨.
근무시간도 ‘전업’ 수준이었습니다.
<정수연 / 카페 근무>
“청소년기에는 3~4일 꾸준히 했었고요. 성인 되면서는 무조건 주5일. 많으면 일주일 계속했어요.”
어린 나이에 뛰어든 생업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고,
<정수연 / 카페 근무>
“약간 노는 애로 생각을 해버리고 그래버리니까 약간 얘한테는 이 정도 수준으로만 대화하면 되겠다. 약간 하대 아닌 하대. 다른 분들한테 하시는 것보다 좀 낮게 대우를 해주셨어요.”
임금에 있어서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정수연 / 카페 근무>
“어리니까 최저시급. 제가 조금 더 오래 했는데 새로 들어온 언니, 오빠들은 더 주는데 저는 어리니까 최저시급.”
정씨가 일하고 있는 카페는 학교 밖 청소년과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하는 학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밟은 정씨는 이젠 다채로운 꿈을 꿔가고 있습니다.
<정수연 / 카페 근무>
“창업 한 번 나중에 해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거의 사장님들이 하는 일까지 하고 있으니까, 창업을 하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렇게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학교를 나선 학업 중단 학생은 3만 2,000여 명.
그 가운데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공식적인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2명 이상은 최저시급도 받지 못했고, 절반 가까이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리기 때문에, 또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마주하는 일들이 많지만 지원은 더디기만 한 상황.
이른 노동에 나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섬세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