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한부모 가족의 날입니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이들 가운데는 미혼모뿐만 아니라 미등록 체류 신분의 외국인 임산부들도 있는데요.
이들의 출산을 돕고, 낙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돼주고 있는 생명지킴이 현장을, 윤재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갓난 아기가 엄마와 함께 머물고 있는 곳은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생명의 집'입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태어난 지 닷새부터 23개월까지 된 아기 12명의 보금자리입니다.
한국인 엄마 8명을 비롯해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출신 엄마들에겐 친정과도 같은 곳입니다.
생명의 집에 들어오게 된 건 '낙태 시기를 놓쳐서' 혹은 가정 폭력과 이혼, 미등록 체류자 신분 등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생명의 집 수녀들의 도움으로 8개월 전 딸을 낳은 23살 미혼모 김 모씨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김 모씨 / 생명의 집 거주 미혼모>
"처음에 들어 왔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다 보니까 막상 고민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는데 여기 수녀님들, 선생님들 도와주셔서 같이 출산도 하고 애기도 여기서 계속 키우면서 어린이집도 다니고 또 이제 도움 받아서 검정고시도 시험봐서 가고 해서 지금은 좋은 것 같아요."
7년 전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출신 26살 타오 씨는 미등록 체류 상황에서 한국인 남자를 만나 임신을 했고, 생명의 집을 통해 딸을 낳았습니다.
1년 8개월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아기가 한국 국적을 갖게 된 것이 꿈만 같습니다.
여기엔 생명의 집 후원자와 은인들의 물질적, 법률적 도움이 한 몫을 했습니다.
<타오 씨 / 생명의 집, 미등록 체류 베트남 미혼모>
"(딸 라희는) 지금은 주민등록번호도 나왔으니까 앞으로는 우리 대한민국 다문화 가족, 우리 애기랑 아니면 라희처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집이 지자체에서 받는 보조금은 시설 운영비의 40 정도.
나머지는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소영 수녀 / 생명의 집 원장>
"미등록 외국인 엄마들 같은 경우는 아무것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진짜 어떻게든 더 도와주고 싶은데 이제 저희도 시설에서 한계가 있다 보니까 어느 시점까지만 도와주고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는 것들이 좀 답답하기도 하고 많이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요."
생명의 집을 통해 출산한 후 실제 입양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30 정도에 그칩니다.
<김소영 수녀 / 생명의 집 원장>
"막상 출산을 하고 나면 내가 너무 아파서 애기를 낳았고 또 나와 똑같은 애기가 세상 밖에 있는 걸 보니까 마음의 변화를 갖는 엄마들이 많아요. 정말 자기가 태어나서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키우는 엄마들은 사실 많아요."
아기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이 하루하루 나름의 사연을 꾸려가고 있는 곳.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보금자리, 생명의 집입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