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은 온전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지 못했으며, 고요히 성당에 앉아 기도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죽음의 공포와 서로를 미워하는 혐오와 증오가 우리 일상에 침투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었던 지난날은 그래서 전쟁의 시기였습니다.
5월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다시 일상이 파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북한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동시에 서울시는 사이렌과 함께 경보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문자에는 지금 상황이 적의 침투가 확실시 될 때라는 ‘경계경보’와 어린이와 노약자가 먼저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글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일상을 흔들어 깨운 사이렌과 경보문자는 전쟁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저 멀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한반도에 불었던 평화의 바람이 전쟁의 공포로 급반전하는 현장을 몸으로 체감하는 아침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습적으로 전쟁의 공포는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를 이겨낸 것은 시민들이었습니다. 시민들은 허둥대지 않았습니다. 차분하게 스마트폰과 티비를 통해 상황을 살폈습니다. 대피해야 하는 이유와 대피할 장소를 서울시나 정부가 아닌 시민들 스스로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일찍 맞이한 아침을 시작하며 시민들은 일터로 학교로 길을 나섰습니다. 시민들은 전쟁이 일어난다하더라도 소중한 삶을 터전을 떠나지 않고 지켜낼 것임을 그렇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경보문자가 아니라도 우리의 일상은 이미 전쟁입니다. 출근전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 죽지 말고 살아서 퇴근하자고 다짐하는 노동자들, 입시전쟁 또는 취업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청춘을 불사르고 있는 우리네 청춘들, 핵폭탄이 터진 것 마냥 오염되어 가는 바다와 산 등 우리 일상은 총과 폭탄이 없는 전시입니다. 하지만 전쟁 같은 일상이라도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일상을 지켜내는 것은 바로 평화를 이루어내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일상을 흔들림 없이 보내며 무엇보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사소하고 무력한 것이 아니라 실은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총칼이 난무하는 전쟁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노력은 가장 연약해 보이는 기도에서 시작합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바라보기에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천주교회는 6월 한 달 동안 “평화를 바라시는 주님, 이 나라 이 땅에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바칩니다. 기도와 함께 전쟁 같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이 함께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하느님 나라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전쟁을 막아내는 우리의 일상과 기도 >입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상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참다운 평화가 내리길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