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핵무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국제토론회 소식, 어제 전해드렸죠.
토론회에 이어 한국의 히로시마라 불리는 경남 합천에서 피해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자식을 볼 면목이 없다"는 피해자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핵무기 후유증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자리한 위령각입니다.
1,335개 위패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 보입니다.
핵무기 후유증은 7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기열 씨는 1945년 3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생후 5개월부터 여든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지독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이기열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감사>
"저녁에 잠을 자려면 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잠을 못 잡니다. 그냥 자면 코가 아파서 못 자니까 콧속이 아파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잤습니다. 어릴 때는."
코와 목, 뇌혈관 등 수술대에 오른 것만 7번.
강제로 끌려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죄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후유증은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기열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감사>
"제가 잘못해서 원폭 피해를 당한 건 아닌데 그래도 자식들이 그러다 보니까 자식들을 볼 면목도 없는 거예요."
원폭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아프지 않은 신체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후손들이 이유 없이 아프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염원은 '핵 없는 세상'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핵 없는 세상의 출발은 경남 합천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정아 기자>
"한국에서 원폭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 이곳 합천. 이 위령각은 한국 정부가 아닌 일본인이 참회의 마음을 담아 개인 사비로 만든 곳입니다. 피해자들은 매년 8월 6일 이곳에 모여 위령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틀 동안 경남 합천에서 외친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 닿길 바라고 있습니다.
<고영대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문제는 피해자분들이 다 고령이셔서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또 정부가 우리들의 그런 노력들을 같이 지원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이런 경우들이 있을 수 있는데…"
다음 국제 토론회는 202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2025년에는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