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반인권적 발상'' 비판
[앵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가사 노동과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인데,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김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가 추진하려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은 최저임금 언저리 또는 그 보다 싼 임금을 주고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저출생 대응과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도입 검토 지시를 내리자 급물살을 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여론 조사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 조건 등은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노동계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최저임금 적용을 외국인이라고 배제한다는 건 위헌적 발상이기 때문에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최영미 / 가사?돌봄 유니온 위원장>
“지금 글로벌 추세대로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적용을 하고 오게 된다면, 최저임금을 받는다 치면 급여 플러스 각종 수당에다가 (파견)기업들이 이윤도 붙일 거 아니에요. 그러면 실제로 월 비용이 소비자들은 한 300(만원) 정도를 내야 되는 건데. 우리나라에서 300(만원) 을 내고서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가구가 몇 가구나 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돌봄노동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긴 했습니다.
돌봄과 보건서비스 분야 종사자는 2013년 31만 5천 명에서 2021년 62만 9천 명으로 배나 늘었습니다.
반면, 가사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노동자는 2013년 25만 천명에서 2021년 12만 천명으로 배 이상 줄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출생 아동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정부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반인권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부가 정책 모델로 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는 이미 한, 두해 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권오성 /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
“남반구의 저개발 국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에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조력하겠다는 걸로 보일 수 있어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이 들어요. 반인권적인 발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은 결코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영미 / 가사?돌봄 유니온 위원장>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인구가 굉장히 적은 노동력 공급 자체가 적은 나라였었잖아요. 그리고 그 나라들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저출산국 10위 이내에 드는 나라에요.”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국인 가사노동자 시장이 채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인력 도입은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권오성 /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
“‘가사서비스법(가사근로자법)’이 입법이 되어 시행중입니다만, 드라마틱하게 그분들(국내 가사돌봄 노동자들) 처우가 좋아진 건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방금처럼 더 열악한 상태의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이 대량으로 한국에 공급이 된다고 한다면 기존의 내국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내려올 수밖에 없다. 악화 될 수 밖게 없다라는 건 거의 자연법칙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걱정도 됩니다.”
오롯이 개인에게 맡겨진 돌봄을 국가나 사회가 감당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그에 따른 합당한 정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