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 현광섭 신부
[앵커] 내일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가 시작됩니다.
분단의 현장에서 한반도 평화를 절실히 염원하는 사제들은 군종교구 사제들이 아닌가 싶은데요.
올해로 26년째 군 사목에 몸담고 있는 군종교구 현광섭 신부를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한 덕분에 일반인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보람과 추억거리도 많다고 하네요.
이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93년 사제품을 받고 1997년 임관한 현광섭 신부는 27년 차 군종사제입니다.
현 신부보다 오랜 기간 군 사목에 몸담은 사제는 2009년 선종한 청주교구 유병조 신부.
현 신부는 군종 사제로 오랜 시간 사목한 소감을 말했습니다.
<현광섭 신부 / 군종교구 선봉대본당 주임>
“절대적으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하에 된 거고, 끊임없이 신부님 바른 길 가게 해주고 열심한 군종신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기도해주고 관심 기울여 주신 신자들의 덕분이 아닌가 싶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군 생활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군 사목의 보람은 무엇이었을까.
현 신부는 ‘예수님의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전투화가 닳을 정도로 뛰던 절은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현광섭 신부 / 군종교구 선봉대본당 주임>
“(첫 본당을) 5사단에서 시작했는데 나이트클럽 영업사원처럼 라이터에 이름을 새겨서 돌려본 적도 있고, 군용담배를 최대한 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사서 거기를 조금 까면 공간이 나옵니다. 비닐과 담배갑 사이에. 거기에 명함을 끼워갖고 돌려본 적도 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던 한 용사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야구 경기 입장을 기다리다 사목회 임원이 된 옛 신자 용사를 만난 적도 있고, 군종병이던 용사가 이제는 현 신부와 함께 군종사제로 복무하는 영광스러운 순간도 맞았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2004년 이라크 파병 당시 현지에서 미사일 피격을 당해 죽음의 위기도 넘겼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군 사목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현 신부는 군 사목과 청년 사목을 ‘씨앗을 뿌리는 사목’이라고 말합니다.
한번 뿌려진 씨앗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결실을 맺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광섭 신부 / 군종교구 선봉대본당 주임>
“(청년 사목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젊은 세대에 대한 사목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신앙생활을 해왔던 그 씨앗이라도 있었던 사람은 ‘아 참 나 신앙이 있었지? 종교로 귀의하자. 아 참 천주교 신자였지? 천주교로 가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든 신자 특히 모든 국민이 함께 기도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현 신부는 20여 년 전 직접 경험한 일화를 꺼냈습니다.
연이은 부대 사고로 고민하던 때, 현 신부의 제안으로 종교의 장벽을 넘어 전 부대원이 기도한 결과 1년 동안 사고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1년 뒤 천주교, 개신교, 불교 군종 장교 모두 다른 부대 발령을 받아 기도 모임이 끊기자 사고가 났던 겁니다.
<현광섭 신부 / 군종교구 선봉대본당 주임>
“사단 전체가 어떤 관점을 가지게 되고 지향을 두게 되고 딴생각을 하는 비율이 적어지겠죠.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그날부터 1년 동안 사고가 한건도 안 생겼어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한다고 얘기할 때 그 효과, 효능, 은총이 생겨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같은 뜻으로 기도를 해야된다라는 것은 제가 초임 군종시절 체험한 하나의 영적체험이에요.”
아울러 현 신부는 청년들이 전과는 달리 봉사보다는 영적 갈증을 호소하는 만큼,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젊은이 사목이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