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안에 자리 잡은 무지와 완고한 마음 때문에, 그들은 정신이 어두워져 있고 하느님의 생명에서 멀어져 있습니다.”(에페 4,18)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연구교육분과장이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성경 구절을 소개하면서 “분단은 우리 마음을 어둡고 완고하게 만들며 미움과 폭력을 낳았다”고 말했다.
한 세대를 넘는 갈등을 평화학에서는 ‘고착화된 갈등’으로 여긴다. 정 신부는 “70년간 이어진 분단의 세월은 나와 너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적인지 친구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한 태도나 일상에 스며든 평화 의식은 신앙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게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그럼에도 혐오와 경쟁, 배척으로 물든 분단의 문화를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은 교회 전통 안에 있는 환대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제나 신자들과 모임할 때, 밤 9시가 되면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립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하죠. 회의 중이든, 식사 중이든, 심지어 술자리에서도요.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루어집니다. 기도는 분명 혐오와 증오 등 일상 안에 자리 잡은 분단의 감정을 이겨내는 힘입니다.”
화해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정 신부는 “오랜 시간 이어온 한반도 갈등은 어느 한순간 몇몇 정치인이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일상 안에 드러나는 많은 갈등 속에서 성찰과 회개를 통해 화해를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는 누구나 미성숙합니다. 그러나 성찰을 하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고, 회심 또한 이뤄집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도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우리가 무감각한 마음을 깨우고 분단을 극복하고자 할 때 한반도와 우리 일상에는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가 자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