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에 전쟁이 멈춘 지 70년, 그 사이 국경을 넘어 한국을 찾은 북한이탈주민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혈혈단신으로 우리 땅을 밟은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들의 엄마이자 아빠가 되어주고 있는 한 신앙인을 만나봅니다.
김태훈 대표에게 북한이탈청소년들과 이룬 ‘가족’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걱정도 들어봤습니다.
김형준 기자입니다.
[기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속속 돌아오고, 어느새 집은 아이들로 북적입니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보금자리인 그룹홈 '가족'의 모습입니다.
그룹홈엔 북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9명의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삼촌'으로 통하며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김태훈 대표.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던져봅니다.
<김태훈 제랄드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학원에) 주말도 가고 평일에 하루도 가고. 평일에 하루 정도는. 속도가 빨리 붙어야 된단 말이야."
김 대표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우연히 한 북한이탈청소년과 연을 맺었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었던 김 대표는 아이와 함께 살며 그룹홈을 만들고,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라는 법인을 세웠습니다.
그 사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꼬마가 30살 청년이 됐고, 가족은 점점 늘었습니다.
<김태훈 제랄드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처음 시작한 아이와의 인연으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이렇게 됐던 거예요."
김 대표는 집에서 '삼촌'으로 불리지만 아이들에게 삼촌의 의미는 더 큽니다.
<조청룡 / 고등학교 3학년>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저에겐 엄마, 아빠의 역할을 다 해주는 부모님이죠."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그룹홈 이름 그대로 영락없는 '가족'입니다.
<조청룡, 주호빈 / 고등학교 3학년>
"삼촌, 사진 너무 잘 나온 거 같아. 실물이 더 나아. 실물이 더 잘생겼어. 사진도 잘 나왔는데 실물도 잘생겼어. (응, 그렇지. 맞아. 삼촌도 알아)"
김 대표가 북한이탈청소년들과 함께해 온 지도 20년.
하지만 우리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김 대표는 이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인식개선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김태훈 제랄드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 이 일상의 힘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은 다를 게 없어요. 어느 집이나 연출되는 상황인 거예요. 다를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단란하기만 한 ‘가족’에도 고민은 있습니다.
바로 이사 걱정입니다.
지금까지는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주거 걱정을 덜 수 있었지만, 올핸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11월까지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터전이자, 자립을 준비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김태훈 제랄드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여기 살고 있는 아이들의 집과 그 다음에 앞으로 넘어올, 북에서 넘어올 아이들의 집이기도 하기 때문에… 잘 극복해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같이 기도해주신다면…”
올해로 70년째 총성은 멈췄지만, 여전히 가로막힌 남과 북.
김 대표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진짜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김태훈 제랄드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70년 동안 정전은 이제 너무 오래 했다. 우리 아이들이 빨리 고향에 갔으면 좋겠어요. 가족을 만나야죠. 우리 아이들이.”
CPBC 김형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