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꿈CUM 환경 (23)
최근 유지나 님의 책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만났습니다.
“구름이 말합니다. 구름 같은 인생이니 비우고 살라고 / 바람이 말합니다. 바람 같은 존재이니 가볍게 살라고 / 물이 말합니다. 물 같은 삶이니 물 흐르듯 살라고 / 파도가 말합니다. 부대끼며 사는 것이니 상처받지 말라고 / 땅이 말합니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가니 움켜쥐지 말라고.”
자연과 환경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구름과 바람과 나무와 파도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욕심이 가득한 마음에는 평화가 깃들지 않으니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걸어가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을 통해 욕심을 끊어내야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백주년」(Centesimus annus)에서 “더욱 잘 살기를 원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존재보다는 소유로 향할 때, 더욱 인간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향락을 목적으로 살기 위하여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할 때, 이것을 나은 것이라고 여기는 생활양식이 잘못”(36항)이라고 지적하십니다. 과도한 소유는 필연적으로 파괴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려를 표하십니다.
“인간은 존재와 성장보다 소유와 향락을 더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그리고 무절제하게 땅의 재원과 자신의 생활을 남용합니다.”(37항)
자연적 환경의 무모한 파괴의 원인에는, 우리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오류가 있습니다. 인간이 노동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노동이 언제나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물들의 원초적 선물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입니다. 자연에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원초적인 형태나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제한 없이 자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의지에 종속시키면서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는 하느님 창조사업의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부당하게 하느님의 자리에 자신을 올려놓으며, 자연의 반항을 자극하고, 자연을 다스리기보다는 학대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기적인 목적으로 다룰 때 자연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랑은 욕심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말합니다. 구름 같은 인생이니 비우고 살라고. 바람이 말합니다. 바람 같은 존재이니 가볍게 살라고.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