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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022년 산업현장서 644명 사망, 업무상 재해 인정받기 쉽지 않아재발 방지, 유가족 고통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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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보경씨 어머니 이숙련씨가 아들의 영정에 뺨을 비비며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매순간 아들이 보고 싶다는 이씨는 “아들이 떠난 후 아직 꿈에서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산재사망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해 수백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터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



끊이지 않는 산재사망 사고, 대책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산업현장에서 644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2023년 9월까지는 459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한 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수가 최근 3~4년보다 줄어들어 역대 처음 5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재해를 예방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한 결과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노동 환경을 아예 바꿀 순 없을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발표를 보면,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은 494곳에 이른다.



사고 근절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 필요

산재사망 노동자 가족들은 더는 자신들과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2018년 12월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이사장)는 “하청에 외주를 줘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외주를 주면서 원청과 하청 모두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사라져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었다지만, 관심이 아예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관심도 당부했다.

DL이앤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2023년 8월 세상을 떠난 고 강보경씨 누나 강지선씨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한 건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를 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에서 일하다 2023년 6월 세상을 떠난 고 김동호(니콜라오)씨 아버지 김길성(요한)씨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시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는 문제도 유가족이 나서서 일일이 사실관계를 조사하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개선과 유가족 지원에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본지는 새해 세초(歲初)에 기쁜 마음으로 일터로 떠났던 자녀와 가족을 영영 떠나보내며 누구보다 힘겨운 고통을 겪고 있는 고 김용균ㆍ김동호ㆍ강보경씨의 가족들을 만났다. 아픔을 듣고 나누는 것 또한 희망을 나누는 일만큼 우리 교회와 사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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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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