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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대교구, 버려진 땅에 노숙인 위한 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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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돌란 추기경이 2일 뉴욕 브롱크스 지역에 새로 지어진 저소득층과 노숙인을 위한 아파트를 방문해 입주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NS】



노숙인을 위한 신개념 사목

지난 2일 뉴욕 맨해튼 북부 브롱크스 지역에 ‘저소득 가정과 노숙인을 위한 새 아파트’가 문을 열었다.

15층 높이의 새 아파트는 319세대로, 이 가운데 38세대가 노숙인들에게 분양됐다. 1층에 빨래방, 자전거 보관소, 식당, 놀이공간 등 편의시설도 두루 갖춰 누가 봐도 주변 주거 시설과 다를 게 없는 신식 구조다.

이곳은 뉴욕대교구가 저소득 가정, 노숙인만을 위해 마련한 주거 복합 공간으로, 미국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득 하위 계층 가정과 오갈 데 없는 노숙인을 위한 ‘신개념 사목’이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이었던 이날 아파트 첫 입주를 앞두고 축복식이 거행됐다. 축복식을 주례한 뉴욕대교구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뉴욕양키스 야구팀 모자와 아디다스 후드티를 걸친 소탈한 모습으로 나타나 곧 입주할 이들과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돌란 추기경은 가정을 다니며 성수를 뿌리고, 가족들에게 다가가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진 저소득 가정에게는 주거 마련이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다. 이곳에 입주하게 된 이들은 “로또 당첨보다 더 기쁜 일”이라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교구민들과 소통해온 돌란 추기경은 “저소득 가정을 위한 주택을 공식으로 열게 돼 매우 기쁘다”며 “굶주림과 싸우는 것은 우리 교회 자선단체의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자리에는 뉴욕시 등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축하했다.


▲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돌란 추기경이 2일 뉴욕 브롱크스 지역에 새로 지어진 저소득층과 노숙인을 위한 아파트를 방문해 입주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NS】



개발 어려운 작은 부지들을 ‘나눔의 땅’으로


땅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뉴욕에서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뉴욕대교구는 1970년대부터 늘어나는 저소득 가정과 노숙인을 위한 주거 대안을 고심했고, 지자체, 전문가, 후원자들이 협력하는 삼박자 구조를 이뤄 ‘주택 마련 사목’을 시작했다. 주택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업단인 ‘뉴욕 가톨릭 주택협회’, 뉴욕 가톨릭 자선단체, 뉴욕시와 협력하고, 5만 명에 달하는 정기 후원자와 고액 후원자, 지자체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아파트 부지도 모두 버려진 땅을 활용한 것이다. 맨해튼 외곽 곳곳에 창고나 버려진 시설물이 있는 부지,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자리, 개발이 어려운 작은 땅들이 대상이다. 건축 또한 저렴한 비용의 친환경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짓는다. 지자체조차 손대기 어려운 부지들을 이처럼 ‘나눔의 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 주변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 등 교구 내 10여 채의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에 성공했으며, 이번 아파트가 14채째다. 지금까지 약 3000세대가 이 혜택을 받고 각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거주자 선정 방식도 우리의 ‘주택 청약 제도’와 비슷하다. 이른바 어려운 이들을 위한 청약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청약 신청 요건도 노숙인, 어르신, 장애인 가정, 참전 용사부터 중위 소득의 30인 한 달 소득 1만 4000달러(한화 약 1500만 원)부터 가능하며, 소득 정도에 따라 청약 받을 수 있는 세대 크기도 달라지는 식이다. 거주자들은 소득에 맞게 책정된 월세를 지급하고, 교구는 이를 아파트 운영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뉴욕대교구는 이처럼 촘촘한 기준을 통한 분양과 운영으로 주택 사목을 이어오고 있다.


▲ 2일 미국 뉴욕 브롱크스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저소득층과 노숙인을 위한 아파트 내부. 쇼파와 식탁 등 기본적인 가구들도 비치돼 있다. 【CNS】



한국 교회도 고민해 볼 만한 주거 불안 계층 지원 대안

교구는 향후 활용도가 떨어지는 교구 소유 부지도 이처럼 저소득 가정을 위한 아파트 부지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금도 500세대가 건설 중이고, 1500세대가 계획 실행 직전에 있다. 저소득 영구 주택 단지 형성이라는 큰 꿈도 갖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이웃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사목을 성공리에 안착시킨 뉴욕대교구의 사례는 미국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주거 불안 계층 지원에 고심하는 우리나라도 이처럼 교회와 함께하는 사목을 고민해볼 수 있다. 뉴욕대교구는 협력 단체, 신자, 비신자들과 합심해 아파트 마련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존 문화를 형성해 가는 노력에 힘쓰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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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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