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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현대적 도전

미국 라우시 신부, 신자 수 감소·종교적 다원주의 등 문제 분석… 교회 정체성 살릴 방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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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대륙’ 라틴아메리카에서 많은 가톨릭 신자가 개신교 복음주의파 교회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은 베네수엘라 마라나타에 있는 한 복음주의 교회의 기도회 장면. 【CNS 자료사진】



미국의 신학자 토마스 라우시 신부가 현대 가톨릭교회가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신자 수 감소와 미성년자 성학대 추문으로 인한 신뢰 추락을 꼽았다. 성소 감소에 따른 사제 부족과 종교적 다원주의도 도전 목록에 넣었다.

라우시 신부는 ‘세계 가톨릭교회의 현대적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치빌타 카톨리카」에 기고한 글에서 현대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을 거시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교회와 세상이 모두 전반적인 재편성 과정에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단에 맞장구를 쳤다. 라우시 신부는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신학과 교수다.



교회 중심, 북반부에서 남반부로 이동

그는 ‘재편성 과정’에 있는 교회 현실을 설득하기 위해 감소하는 신자 수를 먼저 제시했다. 물론 가톨릭 신자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 25억 명 가운데 50(약 13억)가 넘는다. 개신교 비율은 37, 정교회는 12다.

하지만 유럽과 북아메리카 신자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100년 전만 해도 유럽은 세계 가톨릭 신자의 65를 차지했다. 지금은 24에 불과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신자들이 개신교파인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두 교회는 초자연적, 감정적 예배와 치유기도에 바탕을 두면서 종종 성공의 복음 또는 건강과 부의 복음을 전한다”며 “오순절 교회는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복음주의파 교회는 아시아에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리스도교는 서구에서 쇠퇴하는 반면 아프리카ㆍ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자 수만 놓고 보면, 그리스도교 중심은 이미 지구의 북반부에서 남반부로 이동했다. 그리스도인은 북반부에 39(8억 6000만 명), 남반부에 61(13억 명)가 살고 있다.

그는 또 서구 교회를 궁지로 몰아넣은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미성년자 성학대는 소위 종교개혁 이후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이 문제가 중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처음에 로마에서 몇몇 사람이 미국의 문제라고 무시한 것이 이제 세계적 문제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문화적 다양성과 종교적 다원주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 세계는 빠른 속도로 세속화되고 있다. 교회는 곳곳에서 차별과 박해에 시달린다. 다른 종교도 가톨릭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미래 교회는 유럽 중심에서 벗어난 다중심 교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바티칸)에서 아래(지역 교회)를 통치하려는 유혹을 뿌리치면서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 곧 ‘함께 걷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교황이 직무 권한을 지역 주교회의에 분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종적 문제는 ‘교회 정체성’

그는 도전 극복 방안으로 △평신도 직무 확대 △새로운 사제상 정립 △문화와의 대화 등을 거론했다.

그는 “오늘날 평신도가 지역 공동체와 교구에서 책임감 있는 자리를 많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사제가 없는 경우 평신도가 장례 예절과 말씀 전례를 거행하고, 기도회에서 설교하도록 허용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한 예다.

새로운 사제상 정립과 관련해서는 신학교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신학생을 모두 남성적이고 반봉쇄적인 구조에 배치해 놓고 ‘고립을 위한 영성’을 꾀하면 그들은 현실 세계의 도전에 마주할 준비를 할 수 없다”며 “성학대 위기가 보여주었듯이, 정서적ㆍ심리적ㆍ성적 성숙과 성직주의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통적인 것을 밀쳐내고 새로운 가치관을 앞세우는 세상을 한탄만 하고 있지 말라고 권했다. 지금은 자신의 윤리적 관점으로 사회를 강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세상의 문화와 적극 대화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고, 현세 사물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율성을 인정한다”(「사목헌장」 36항 참조)고 선언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상기시켰다.

그는 최종적인 문제는 ‘교회 정체성’이라고 단언했다. 이 주장은 교황이 모로코 사목 방문 중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전한 당부로 뒷받침했다. “결국 문제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 복음의 맛을 잃은 소금, 이것이 문제입니다! 또는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빛입니다.”

그는 말미에서 “중심에 서서 변방을 바라보지 말고, 변방에서 중심을 바라보라”는 교황의 명언을 상기시켰다. 라우시 신부의 기고 전문은 한국어판 「치빌타 카톨리카」(laciviltacattolica.kr)에서 볼 수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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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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