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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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라퀼라 방문 계획에 ‘사임설’ 대두

8월 28일 방문 예정, 베네딕토 16세 행보와 비교·이례적인 8월 추기경회의 소집에 사임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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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라퀼라의 성모 마리아 대성전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성 첼레스티노 5세 유해를 모신 유리관 위에 자신의 팔리움을 내려놓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말 라퀼라(L’Aquila) 방문 계획이 발표되자 바티칸 안팎에서 교황의 사임 가능성을 제기하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처럼 종신직 전통을 깨고 중도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다.

물론 추측은 추측일뿐이다. 지난해 7월 교황이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사임설이 나돌았다. 당시 ‘교황 사임 발표 예정. 교황청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 투표) 준비 돌입!’이라는 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지만 금세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교황은 퇴원 후 그 가짜뉴스에 대해 “교황이 아플 때마다 항상 콘클라베 바람이 몰아친다”며 웃어넘겼다.



라퀼라 방문이 사임의 전주곡?

하지만 8월 28일로 확정된 라퀼라 사목 방문이 바티칸 주변 호사가들의 관측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라퀼라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산간 도시다. 즉위 5개월 만에 자진 사임한 성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교황의 무덤이 그 도시에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2009년 자신의 팔리움(Pallium, 교황 권위와 직무의 상징인 양털 띠)을 성인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위에 내려놓고 기도한 적이 있다.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사임했다. 호사가들이 “교황의 8월 라퀼라 방문이 ‘사임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며 수군대는 이유다.

그렇다고 방문 사실만으로 사임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은 무리다. 거슬러 올라가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인 무덤을 참배했을 때도 사임설이 떠돌았다.

정황은 하나 더 있다. 교황이 최근 새 추기경 21명을 임명하고 추기경회의를 8월 말에 소집한 것이다. 추기경회의에는 전 세계 추기경들이 참석하게 되는데, 8월 말 소집은 이례적이다. 추기경회의는 2월이나 6월, 아니면 9월에 열린다.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바티칸도 7, 8월은 휴가기간이라 큰 행사가 거의 없다. 교황청은 이번 추기경회의 소집 목적을 “교황청 개혁 방안을 담은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를 성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교황령은 교황이 10년 가까이 걸어온 ‘개혁 여정의 일단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정대로라면 교황은 8월 27일 새 추기경 서임식을 거행하고, 다음날 라퀼라를 다녀와서 29~30일 추기경회의를 주재한다. 이 때문에 추기경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황이 ‘메가톤급’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새로 임명된 추기경 21명 가운데 교황 선출권이 있는 80세 이하 추기경은 16명이다. 서임식이 끝나면 선거인 자격이 있는 추기경은 132명이 된다.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83명(62)이다. 교황으로서는 선거인 추기경들이 언젠가 있을 콘클라베에서 자신의 교회 쇄신 과업을 이어갈 인물을 새 지도자로 추대하길 원할 수도 있다. 이번에 새 추기경을 많이 임명한 것은 콘클라베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사임에 부정적이지 않아


교황은 1936년생, 만 85세 고령이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 최근에는 무릎 관절 통증이 심해 이동하려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교황은 사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2014년 한국 사목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사임은 고귀하고 겸손하며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분의 결단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사임의) ‘제도적인’ 문을 열어 놓으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기도를 드리겠지만, 사임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 미사에서는 그 소신을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날 제1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교회 원로들을 에페소로 불러놓고 자신은 달릴 길을 다 달렸다(사도 20,17-27 참조)면서 작별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교황은 바오로의 행동을 “(임기를 마치고) 떠나야 할 시점에 모든 주교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행보”라고 말했다.

“저도 바오로 사도처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은총을 주님에게 청합니다. 그리고 양심 성찰을 하면, 저는 바오로 사도처럼 승리자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바오로 사도처럼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8년 5월 15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 미사)

교황은 라퀼라에서 지진 희생자 유족들을 만날 예정이다. 라퀼라는 3년 전 큰 지진이 발생해 300명 이상이 사망한 도시다. 이어 콜레마조의 성모 마리아 대성전 광장에서 야외 미사를 봉헌한다. ‘첼레스티노 대사(大赦)’라고 불리는 희년 개막 행사에 참석해 성문(聖門)도 열 계획이다.

교황의 공식 일정에 무덤 참배는 들어있지 않다. 성인 무덤이 대성당 내부에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조용히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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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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