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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저 사제 될래요” 10년 전 아이, 신학생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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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오늘 너의 성소는 정해졌단다.”

9살의 나탄 데 브리투는 2013년 7월 2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한 거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타고 있던 차에 올라가려 바둥거렸다. 나탄은 교황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를 본 교황의 경비원은 나탄을 차에 태웠고, 아이는 교황의 품에 푹 안겼다.

나탄은 교황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교황님, 저는 그리스도의 사제가 되고 싶어요.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교황은 브라질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던 나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너를 위해 기도하마. 하지만 너도 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단다.” 교황은 나탄을 꼭 껴안은 채 감격에 겨워 흘린 눈물을 닦으며 “아이야, 오늘 너의 성소는 정해졌단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첫 사목방문지였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생긴 일화였다. 2013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가하던 중 만난 이 꼬마와 함께한 교황의 사진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년이 지난 후,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이 장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제가 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한 나탄이 현재 신학생이 되어 사제 수업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톨릭계 언론사인 Catholic News Agency는 7월 11일 나탄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가 현재 브라질 캄푸그란지대교구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탄은 “교황님과 만난 일은 항상 사제성소에 대한 저의 갈망을 다시 불태워준다”면서 “교황님과 만난 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 삶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던 교황님과의 만남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요. 물론 교황님과의 만남으로 저의 사제성소가 생긴 것은 아니에요. 아주 어릴 적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교황님과의 만남이 제 사제성소에 또 다른 동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어요.”

나탄은 어릴 적부터 미사놀이를 좋아했다. 또 미사에 자주 참례했다. 5살 때부터는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카보프리오의 한 성당에서 복사를 섰다. 그는 “오랫동안 복사를 섰는데 복사를 설 때마다 아주 기분이 좋았다”면서 “교리를 듣는 것도 진짜 재밌었고 영성체를 빨리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첫영성체를 기억하며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2013년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나탄은 “교황이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됐을 때, 교회를 향한 사랑과 성소는 커져갔는데, 교황님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나탄과 나탄의 어머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그해 7월 24일 교황이 찾은 아파레시다에도 갔지만, 교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다. 나탄과 어머니는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따라갔고, 결국 나탄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나탄은 “당시엔 사제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교황님께 내 이름도 알려주지 못했다”면서 “그저 ‘교황님, 저는 사제가 되고 싶어요. 교황님 같은 사제요’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교황님을 만났을 때, 하느님께서 제게 주시는 엄청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버지와 같이 환대하는 느낌으로 나를 안아주시며 ‘아들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느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죠. 교황님에게 환대를 받는 아주 엄청난 경험을 했고, 교황님께서 제 말도 들어주셨고요. 교황님께서는 제게 ‘나를 위해 기도해다오. 나도 너를 위해 기도하마’라고 말씀하셨죠.”

나탄은 2020년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에 청원자로 입회했다. 지난해 말까지 수도회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캄푸그란지대교구 소속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탄은 “하느님의 뜻이라면 제게 주신 사제성소의 열망을 계속 불타오르게 하는 게 나의 소명”이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과의 만남처럼 우리의 성소를 지탱시켜주는 경험은 아주 유쾌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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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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