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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48)인도의 관점에서 본 이주 문제와 그 수수께끼/ 미론 페레이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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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는 두 개의 현상으로 특징지어진다. 하나는 커뮤니케이션과 재정 시스템을 단단히 뒷받침하는 디지털 세상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정학적 경계를 넘는 이주다.

사람들의 이동은 세 가지 형태로 일어난다. 먼저 관광이 있다. 특정 나라의 부유한 이들은 다른 나라를 방문해 역사적 기념물에 경탄하고, 자연 풍경을 즐기며 다양한 문화가 담긴 기념품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주민과 난민이 있다. 이주민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은 종교와 정치적 박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난다.

경제적인 이유든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든 국경을 넘는 이주민과 난민은 대개 가난하고 삶이 팍팍하다. 게다가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은 종종 쉽지 않다. 많은 소수민들은 가난하고 박해받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침체된 경제로 인해 여전히 억압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구분 짓는 상황에 빠진다. 후하게 뇌물을 주거나 인맥이 있는 사람들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흔하게 “서양의 부자나라에 가서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살기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이 여기 인도에 남아 평생 고생하는 것보다 낫다”고 불평한다.

이들은 왜 모국을 떠날까? 이들은 모국에 남아 더 나은 나라를 건설하려는 애국심이 없는 걸까?

솔직해지자. 애국심은 중산층의 가치로, 배부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진 사람들이 갖는 것이다. 억압받는 하층민에게는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나의 미래가 있을까?’ 답은 쉽다.

합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인도인은 18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인도에 남은 가난한 친척들을 돕기 위해 돈을 보낸다. 지난해 이들이 인도에 송금한 금액은 1250억 달러(165조1250억 원)에 이르며,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송금을 받는 나라가 됐다.

매년 인도에서는 250만 명이 합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 하지만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이들이 불법으로 비밀리에 그리고 종종 위험한 방법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를 시도한다. 인신매매 업계에서는 불법이주 인도인을 당나귀에서 따온 말인 ‘둔키’(Dunki)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다.

인도의 일간지 ‘더 힌두’(The Hindu)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9만6917명의 미등록 인도인이 미국 국경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는 남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밀입국자들이 몰려든다.

19세기 식민지 시절, 영국과 같은 패권국가들은 식민지 곳곳에 흩어진 플랜테이션(Plantation)에서 일할 노동력이 필요했다. 노예제가 불법이 되면서 ‘계약 노동자’들이 이를 대신했다. 비하르, 타밀나두, 구자라트 등지에서 더 나은 미래를 준다는 거짓 약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꾀어내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리비언 지역의 플랜테이션 농장에 보냈다. 1970~198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인도인과 필리핀인, 한국인이 중동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이주민의 물결에 새로운 줄이 생겼다.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부자들도 이주 대열에 선 것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2만3000명가량의 백만장자들이 인도를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 정부 당국자들은 이 현상을 ‘두뇌 유출’이 아니라 ‘두뇌 은행’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보내오는 송금이 인도 경제에 긍정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자본 유입은 셀 수 있지만 지식 유입은 파악하기 어렵다. 누군가 이주를 하면, 그 사람이 받은 교육과 갖고 있는 정보는 다른 나라를 위해 쓰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주할까? 이유는 많고 다양하다. 인도에서의 푸대접과 열악한 경제적 기회가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을 밖으로 내몰고 있어, 정부의 괴롭힘과 과도한 세금을 피해 인도의 전문가와 부자가 떠나고 있다. 싫든 좋든, 현재의 인도 정부는 수백 년 동안 인도에서 살던 이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이들이 인도를 떠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의 자녀들이 서구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죽음과 박해, 지역의 폭동 등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는 은폐하려 들고 ‘국내 문제’라며 ‘외부의 간섭’을 강하게 거부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에는 더 이상 ‘국내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공개되고 모든 것이 국제사회에서 헤드라인이 된다. 정부의 거짓말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 왜 불법이주가 많을까? 답은 쉽다.




미론 페레이라 신부(예수회)

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 왔다. 인도 하비에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라 크루아(La Croix)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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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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