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 현장에서] 문제아는 없다, 사랑에 굶주려 있을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신효원(프란치스코,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 부설 나섬학교 교장)
 
   여름방학을 마쳤다. 한 달 만에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머리 모양이 이상해진 녀석들도 있고 차림새가 좀 그런 녀석들도 보인다. 그나저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 첫날부터 수업하자고 해서 할 아이들이 아니다. 우선 대청소를 하고 나머지 오전 시간은 저들끼리 모처럼 실컷 떠들게 두기로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그런데 교사회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정수가 오늘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학 전부터 열흘 넘게 결석이다. 잘 다니겠다는 약속도 번번이 어기고 있다. 퇴근길에 담임선생님이 다시 들러보기로 했다.

 정수는 지난 5월에 전학을 왔다. 전번 학교에서 장기결석으로 우리 학교로 보냈다. 두 달 동안 잘 다니더니 노는 애들과 다시 어울리기 시작했다. 퇴학됐거나 학교가 싫어 몰려다니는 애들은 어디든 수없이 많다. 그 친구들이 자꾸 불러내면 같이 섞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 나름대로 이유는 다 절실하다.

 2010년 기준 한 해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쫓겨나오는 학생이 3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10 정도만 대안학교 등에서 구제되고 나머지는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 애들이 어디서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흉악범 중에는 중ㆍ고등학교 중도탈락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이 아이들에 대해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 대책이 거의 없다.

 나섬학교는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학교에서 설립한 위탁형 대안고등학교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문제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안동교구의 유일한 대안학교다.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어렵게 교회와 대학에서 떠맡은 것이다. 요즘에는 다른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으려는 학생들이 오고 있다. 미용사나 요리사가 되려는데 보충수업과 야간자습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정수도 곧 다시 나오리라 믿는다. 정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니까. 지난 6년 동안 아이들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 모든 문제는 부족한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것이 채워지기 전에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착하다는 것. 볼수록 더 착하다는 것.

 누가 문제아인가. 문제아는 없다. 사랑받지 못해서 잠시 온몸으로 울고 있었을 뿐이다.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9

마르 12장 31절
너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