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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26) 아름다운 처방전 (1)

맥주를 꼭 마셔야만했던 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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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황당한 일이….’ 하는 것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모든 것이 원리원칙대로 된다면 좋지만 세상살이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겪는 ‘황당한 일’ 또한 순리대로 잘 풀리도록 마음을 쓴다면 즐거운 인생,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입니다.

지금은 사제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사는 어느 신부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이 신학교 2학년 가을 무렵 어느 날, 신학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그만, 소변에서 새빨간 피오줌이 줄줄, 나오더랍니다. 깜짝 놀란 신부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당시 신학원장 신부님 방으로 가서 상황을 보고 드렸답니다.

“원장 신부님, 저기 제 소변에서 피가 마구 쏟아져요!”

그 보고를 듣자 어쩔 줄 모르던 신학원장 신부님은 황급히 병원으로 보냈답니다. 신학교 2학년, 그 어린 신학생이 신학교 수업을 결석한 채 외출하여 병원을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픈 몸, 즉 피오줌이 나는 몸을 이끌고 큰 병원으로 갔답니다.

그리고 응급실로 가서 몇 가지 급한 진료를 본 다음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에 들어갔더니, 담당 의사 선생님은,

“걱정 할 것 없어요. 그냥 신장에 있는 결석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인데, 너무나 젊고 건강하셔서 커다란 결석이 배출되다가 요도에 상처를 입힌 것 같네요. 약 좀 드시고, 음 오늘 내일, 맥주 좀 드시면 좋아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런데 ‘오늘, 내일 맥주 좀 마시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침부터, 소변에 피가 나온 사건으로 신학원 형제들과 신학원장 신부님에게 무척 큰 심려를 끼친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맥주를 먹어야 할 상황이 발생했으니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은 의사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제가 맥주를 꼭 마셔한다는 처방전을 좀 써 주십시오!”

처음에는 당황한 의사 선생님은 어린 신학생의 이야기를 듣더니, ‘의사 생활 몇 십 년 만에 맥주 꼭 마시라는 처방전을 써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처방전 아닌 처방전을 써 주었답니다. 이에 신부님은 날아갈 듯 신학원으로 달려가 원장 신부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원장 신부님은 한숨을 쉬며, ‘잘 알았으니, 방으로 돌아가서 쉬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원장 신부님, 그런데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오늘 저녁에 맥주를 꼭 마시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신학 원장 신부님은 버럭 화를 내더니,

“아니, 오늘 아침에 피오줌 때문에 신학원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더니, 맥주는 무슨 맥주! 방에 가서 잠이나 자!”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부님은,

“원장 신부님, 잠깐! 여기 오늘 맥주 마시라는 의사 처방전이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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