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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4) 몸뚱어리에서 마음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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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몸뚱어리에 집착하며 몰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몸에 쏟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해 보면 놀랄 지경입니다. 건강과 미용을 위해 애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도 모두 이 몸뚱어리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입니다. 남과 다른 뛰어난 존재로서 관심과 이목을 집중하며 특별한 명예를 누리고 싶어하는 것 또한 이 몸뚱어리를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런 온갖 것들을 누리며 오래오래 살고 싶어하는 것 당연히 바로 이 몸뚱어리를 위한 소망입니다. 그저 몇십 년 살다 썩어 없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이 몸뚱어리를 위해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몸뚱어리가 바로 ‘나’입니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몸뚱어리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불끈 쥐곤 옆도 보지 않고 앞만 보며 치달릴 것 같진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잠시 멈춰 ‘나’가 누군지 생각 좀 해 봅시다. 정말로 내가 누군가?
이 몸뚱어리에 집착해 나를 알아듣고 있는 이들은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서 이 세상의 온갖 고통과 아픔과 슬픔과 분노와 싸움과 해악들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몸뚱어리를 가만히 들여다봅시다. 얼굴 다른 것처럼 몸뚱어리들은 모두 다릅니다. 거기서 저만의 독특함과 우수함을 만들어 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자연히 경쟁하며 서로 다투고 우열의 승패가 나뉘어지고 지배와 복종의 구분이 지어집니다. 이러한 몸뚱어리 중심의 세상에서 무슨 인간의 아름다움과 평등과 평화와 더불어 함께 사는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몸뚱어리에서 벗어나 마음 내지 영의 차원으로 옮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썩어 없어질 몸뚱어리가 우리 존재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본래 모습인 것입니다. 그 마음이 하느님과 결합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고 그 마음이 얼굴 생김새 다른 이웃과 결합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평화와 기쁨과 생명의 물결이 넘실대며 차오르게 됩니다.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는다 하여 뒷전으로 밀쳐 놓고 감각적으로 잡을 수 있는 몸뚱어리에 사로잡히다 보니 인간 존재의 본래 모습을 놓쳐 버리고 헛것을 실재인 양 착각하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것입니다.
번뇌로 가득 찬 이 몸뚱어리의 세계에서 마음의 세계로 넘어가 온전한 기쁨과 평화와 생명을 누리게 되는 것이 바로 구원 아니겠습니까. 몸뚱어리 중심 세계에서 펼쳐지는 온갖 분리 대신 마음의 세계에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한 몸을 이루는 차원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 영적 여정의 목표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세계로 온전히 넘어오면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일 것입니다. 몸뚱어리 세계에서 절대적 맹위를 떨치던 부귀와 건강과 명예와 오래 사는 것이 모두 상대화되어 버립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사건과 상황들은 모두 우리가 몸을 벗고 마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뿐입니다. 본래부터 선하고 좋은 것과 악하고 나쁜 것이 확연히 구분 지어져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것이고 하느님과 하나된 마음의 세계를 이뤄 내기 위해 맘껏 써도 좋은 것입니다. 이 놀라운 자유가 느껴지십니까?
‘영신수련’ 책은 단락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영신수련’ 책 23번 ‘원리와 기초’를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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