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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15) 복음관상기도에 좀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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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복음관상기도에 대한 좀 세부적인 사항을 덧붙여 두는 것이 여러분들이 기도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먼저 복음관상기도에 대한 준비를 할 때 묵상기도처럼 따로 기도의 요점을 잡을 것은 아니겠습니다. 구체적인 하나의 복음 사건(예컨대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 혹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시는 장면 등) 전체를 통째로 놓고 기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건 전체를 몇 차례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충분히 기억한 다음 본격적인 복음관상기도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그 복음 사건이란 것이 성경에는 지극히 간략하게 씌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르코복음에 묘사되어 있는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갈릴래아 나자렛을 떠나 요르단에 오시어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셨다면서 단 세 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에 묘사되어 있지 않은 그 행간을 메꿔 가며 기도해 나가야 합니다. 행간을 메꾼다는 것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사항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이 자연스레 떠오를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식으로 질문과 답을 이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위의 세례 장면 같으면 예수님의 나자렛을 떠나시는 모습은 어떤지 요르단 강까지의 여행길은 어떤지 요르단 강엔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등 자신이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이 자기 마음속에서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복음 사건의 장면 전개가 마치 자신이 소설을 써 내려가는 것처럼 전개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소설을 써 가는 것에 복음관상기도의 초점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소설을 쓰는 것처럼 진행되는 가운데 어느 대목에 가선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않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 혹은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것들이 자신의 마음을 깊숙이 건드리는 가운데 뭔가 알아들음이 있고 동시에 자신의 모습도 거기에 비춰 보면서 자신의 관점이나 기질 등에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여기가 관상기도의 핵심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경에 묘사되어 있지 않은 예수님의 깊은 속마음도 알게 되고 예수님 말씀의 깊은 의미나 분위기도 직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런 알아들음이 잦아질수록 우리의 영혼은 예수님으로 인해 떨리게 되고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많이 자라게 되며 예수님을 더 잘 따르게끔 변화되어 갑니다.
한 가지 유념했으면 하는 것은 자신이 직접 복음 사건 속으로 들어가 그중 한 인물을 대신해 보는 작업은 안 했으면 합니다. 위의 세례 사건 같으면 자신이 세례자 요한이 되어 예수님께 세례를 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나 느낌을 상상해 본다든지 예수님과 대화를 나눠 본다든지 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식으로 기도하도록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렇게 기도하면 기도가 심리 차원의 피상적인 기도에 머물러 영적 차원으로 깊이 들어가 자신의 존재 변화를 일으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시적인 위안이나 재미를 맛보는 것에 그칠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이처럼 어떤 면에선 복음관상기도가 묵상기도보다 더 쉽고 유익합니다. 깊은 사고력과 추리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관상기도는 빗대어 말하면 시골 장터 구경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가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 장터에 나가 이것저것 구경하듯 복음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와 닿는 장면이 있으면 좀 오랫동안 머물며 생각도 좀 해 보고 느껴 보기도 하면서 이 장면 저 장면으로 움직여 나가면 됩니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복음관상기도가 안된다고들 합니다.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복음관상기도가 안될 따름입니다.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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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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