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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14) 예수님과 함께 깊이 머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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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선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을 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두 손으로 만져 보고 온몸으로 느끼는 가운데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내 체험을 통해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그분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기도 형태도 다소 달라져야 합니다. 머릿속으로 이치를 따져 물으며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작업을 해 왔던 묵상 기도와는 달리 우리 자신을 복음 사건 안에 밀어 넣고 그 사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 온몸으로 직접 체험해 가는 가운데 기도해 나가는 이른바 복음관상기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함께 만나 차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눠 가는 가운데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습니까. 예수님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내 머릿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단정 내리는 가운데 예수님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가 예수님을 만나 체험해 보는 과정을 통해 예수님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신학적 혹은 교리적 지식을 통해 예수님을 아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신학적으로 일반화시키고 추상화시켜 놓은 예수님에 대한 지식 내지 정보를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예수님을 만나 내 체험을 통해 알아듣는 예수님의 모습이고 예수님과의 관계 형성입니다. 하여 나만이 아는 예수님 상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나만이 맺는 관계 인격적 관계를 통해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많이 자라게 될 것이고 그 사랑이 나로 하여금 예수님께서 사신 삶을 나도 살아가게끔 밀어붙일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향한 복음관상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일어나고 있는 복음 사건들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마치 내가 그 복음 사건의 현장 속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컨대 예리코의 눈먼 이를 고쳐 주시는 사건이라면 그 현장 안에 머물면서 상황 전체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표정이나 말씀하시는 내용은 어떤지 어떤 몸짓을 취하시는지 눈먼 이의 행동은 어떠한지 주변에 함께 있는 제자들이나 군중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고 해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복음관상기도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서 하는 기도인 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상상력을 통한 기도는 복음관상기도의 신선함과 생명력을 앗아갈 위험이 큽니다.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내 상상력을 통해 조종하려고 덤빌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이 움직이고 관심을 끄는 사람들 모습이나 행동 혹은 분위기를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장면에 가서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이나 느낌들이 올라오면서 내 영혼이 깨어나게 만듭니다. 이곳이 바로 성령께서 기도 중에 활동하시는 장면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적잖은 영혼의 위로와 힘을 얻게 됩니다.
이쯤 이야기하면 아셨겠지만 우리가 기도 중에 복음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는 예수님에 대한 큰 애정 속에 머물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랑이 바탕이 되고 있어야 기도 중에 새롭게 보게 되거나 알게 되는 것에 감동을 받고 나도 그렇게 변화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일기 때문입니다. 복음관상기도를 통해 그렇게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 갈 것입니다. 오직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요 기쁨이요 힘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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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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