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교황청/해외교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황,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 표명

백신 보급 형평성 위해 특허권 유예 찬성… 세계무역기구 120개국 지지하지만 일부 국가·제약회사 반대로 갈등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바티칸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많은 국가가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와 백신 특허권 유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페인의 한 수녀가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제약회사들이 지닌 백신 특허권 유예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앞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 것과 뜻을 같이한다.

교황은 백신이 정식으로 보급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백신 보급의 형평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백신 특허권에 대한 면제 요구가 잇따르자, 미국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백신 지재권 면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미국은 그동안 백신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대유행 종식을 위해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이 문제가 급부상하게 됐다.

교황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백신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지식재산권의 한시적 유예를 지지한다”면서 “개인주의라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개인주의 바이러스의 변종은 이른바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개별 국가의 이해를 초월해 모든 민족과 국가 간의 협조를 지향하는 백신의 국제주의를 막는다”고 말했다.

나아가 교황은 “여기서 파생된 또 다른 바이러스 변종은 시장의 법칙이나 재산권 규정을 인간애와 인류 전체의 건강보다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법칙을 잠시 뛰어넘어 현재 인류 위기의 유일한 희망인 백신 보급을 위해 제약회사와 국제 사회가 돕고 나서길 촉구한 것이다.

교황청은 지난 2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조치는 진정한 헌신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백신 쏠림 현상을 타개할 것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전 세계 백신 현황을 보면, 13일 현재 200여 개국에서 총 13억 4870만여 회에 이르는 접종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중국, 미국, 인도, 영국 등 상위 10개국이 9억 8940만 회를 접종해 73를 웃도는 점유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국가가 평등한 비율로 집단 면역을 이루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바티칸이 백신 특허권 유예에 찬성의 뜻을 내비친 데 대해 많은 국가도 환영하고 나섰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WTO 회원국 가운데 120여 개국이 지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백신 보급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식재산권협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와 제약회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 제조의 제한 요인은 특허가 아닌, 생산 능력과 품질이 그 기준”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고,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 경영자도 “특허권 유예 조치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백신 제조를 위협하고, 원자재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회사들은 현재 수준의 지식재산권 면제 요구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백신 개발 동력을 약화시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효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위조된 백신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많은 국가가 이러한 뜻에 찬성한다고 해도 WTO 회원국 간의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이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특별한 조항이 WTO에서 타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약회사들이 국가 간 결정을 따라야 할 의무도 없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의 이득을 곧장 포기하는 것 또한 불투명하다. 백신의 형평성과 보편적 보급을 놓고, 당분간 국제사회와 제약회사 간 줄다리기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은 지난 4월 성주간 기간에 로마의 노숙자 등 1200여 명의 가난한 이들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준 데 이어, 8일에도 300여 명에게 백신을 접종해주며 나눔의 기적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전국 교구가 ‘백신 나눔 운동’을 펼치며 가난한 이웃을 위한 백신 기금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5-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7

집회 2장 6절
그분을 믿어라, 그분께서 너를 도우시리라. 너의 길을 바로잡고 그분께 희망을 두어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