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교황청/해외교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우크라이나군이 교황에게 보낸 편지 “죄 없는 시민들을 구해주세요”

세르히 볼랴나 지휘관, 함락 직전인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시민 대피 도움 요청… 우크라이나 신문에 실린 뒤 교황에게 번역돼 전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이 주택이 모두 파괴된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다. 【마리우폴(우크라이나)=CNS】

 

 
▲ 교황에게 쓴 편지를 들어 보이는 세르히 볼랴나 지휘관.

 

 


“저희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죄 없는 시민들을 ‘사탄의 손아귀’에서 구해주십시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이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구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냈다.

발신자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결사 항전하고 있는 제36 해병여단장 세르히 볼랴나(Serhiy Volyna)다. 마리우폴은 사실상 함락 직전이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에 ‘항복과 죽음 중 하나를 택하라’고 최후 통첩한 상태다.

볼랴나 지휘관이 편지에서 밝힌 마리우폴 상황은 최악이다. 그는 폐허가 된 도시를 ‘지구 상의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교황님도 살아오시면서 많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마리우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신 적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구 상의 지옥이 바로 이곳입니다. 제가 목격한 끔찍한 일들을 말씀드릴 시간조차 없습니다. 아이들과 젖먹이를 안고 지하 벙커로 피신한 엄마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은 물과 음식, 의약품이 없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은 정교회 신자라고 밝힌 그는 “기도만으로는 부족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사탄의 손아귀에서 시민들을 빼내 주시길 간청합니다. 사탄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모조리 불태우려고 작정했습니다. 저는 적에게 포위된 채 5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화력은 압도적입니다. 전황은 끔찍하고, 포탄은 계속 날아오고, 보급품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조국에 충성을 맹세한 군인으로서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겠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믿는다. 빛이 항상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로 편지를 마쳤다.

4월 18일 전장에서 쓴 이 편지는 우크라이나 신문에 먼저 실렸다. 이후 우크라이나 종교기관이 편지를 영문으로 번역해 교황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시민 약 10만 명이 마리우폴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최소 1000명이 도시 외곽의 철강 산업단지 지하 벙커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볼랴나 지휘관은 “지하 벙커에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라며 “러시아군이 산업단지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17일 민간인 1300명이 대피한 마리우폴의 극장 건물을 폭격해 국제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공중에서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극장 마당에 ‘어린이(дети)’라고 크게 써 놨음에도 폭탄을 투하했다. 시민들을 돕는 마리우폴 카리타스 센터도 러시아군의 표적이 됐다. 러시아군 탱크가 센터에 포탄을 발사해 직원 2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이 편지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교황은 17일 발표한 부활 메시지에서 “고통과 죽음의 이 끔찍한 밤, 희망의 새 여명이 하루빨리 밝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향해서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힘을 과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교황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동의하면 언제든 평화의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4-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7

요한 15장 16절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