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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평화 특사, 우크라 이어 러시아 방문한다

교황 특사 마테오 주피 추기경, 키이우에서 젤렌스키와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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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페르보마이스크 인근 진지에서 교전 중인 한 병사의 기관총에 묵주가 걸려 있다. 아래는 교황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탈리아 볼로냐대교구장 마테오 주피 추기경. OSV

바티칸은 과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평화의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마테오 주피 추기경의 중재력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주피 추기경은 조만간 러시아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수도 키이우에서 이뤄진 젤렌스키 대통령과 주피 추기경 회동에서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이 평화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고, 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조건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러시아가 점령지 반환과 피해 배상 등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수용해야 평화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티칸은 한 번의 특사 파견으로 평화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티칸은 주피 추기경 방문을 앞두고 “그는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특사 파견의 즉각적 목표는 중재가 아니다”며 “무엇보다도 평화의 길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화 상대는 당분간 모스크바와 키이우가 될 것이며, 그다음에는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이 평소 강조해온 대로 바티칸 외교의 무기는 인내와 대화다. 바티칸은 이번 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에도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40여 분간 비공개 회담을 했다. 교황청은 애덕봉사부를 통해 긴급 구호품도 여러 차례 보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나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대면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 대화 또는 중재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최근 교황 특사 방문에 동의한 것이 확실시된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주피 추기경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6일 “그는 키이우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면 의제를 정해 러시아도 방문할 예정인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서방 세계로부터 점점 고립돼 가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명분을 잃지 않는다면 중재자를 만나 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특사 파견에 동의한 것 자체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피 추기경(68)은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대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의장이다. 분쟁 당사자들 틈에서 화해를 주선하는 협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그는 16년간 이어진 모잠비크 무력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로마 평화협정(1992년)을 성사시킨 4명의 중재자 가운데 한 명이다. 탄자니아, 부룬디, 코소보 분쟁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교황의 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의 폭력 사태 종식을 기원하는 밤샘 기도회에서 웅변조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상황을 만들면 됩니다. 파멸만 부르는 싸움을 멈춥시다. 평화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살길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사에서 평화를 위한 바티칸의 외교력이 가장 돋보인 사건은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때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서 일촉즉발의 핵전쟁을 막아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초 교황청 주재 외교단 신년 연설에서 당시 성 요한 23세 교황의 중재 노력을 회고하며 “대화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멸망에 한 걸음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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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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