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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32) 시노달리타스로 분열된 교회 치유하려는 교황 /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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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예수회의 제임스 마틴 신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둘은 가톨릭교회 성직자로 교회 안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뮐러 추기경은 전통주의자들의 영웅이고, 마틴 신부는 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투사다. 두 인물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에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으로 참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뽑았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7월 7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대의원 참가자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 들어간 고위 성직자 대부분은 국가 혹은 지역 주교회의에서 직무상 선출된 이들이지만, 교황은 이외에도 지역 주교회의연합에서 추천한 인물 중 50명 이상을 직접 뽑았다. 또 교황은 7개의 대륙별 회의에서 추천한 평신도 70명도 임명했다.

이 ‘베르골료 리스트’에서 재밌는 점은 교황이 시노드 과정을 통해 내부의 양극화에서 교회를 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한 행동이긴 하다. 뮐러 추기경과 마틴 신부를 함께 초대한 결정은 시노드 과정에서 모든 생각들이 모여야 한다는 것을 교황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황이 뽑은 시노드 대의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몇몇은 교황이 개혁 성향의 인물들로 리스트를 채웠으며 그의 교황직이나 시노드 과정을 비판하는 뮐러 추기경 같은 인물들은 손을 꼽을 만큼 적게 뽑았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황은 인상적일만큼 균형을 맞췄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직을 향해 적대적인 인물을 선정한 주교회의에 대해 그 지역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을 뽑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독일의 경우와 같이 ‘진보적’인 인물이 뽑힌 지역에서는 ‘전통주의자’를 참여시켰다.

또한 교황은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대의원 명단을 발표하며 시노드 구조에 참신한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누가 시노드 모임을 주관하는가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의장은 로마의 주교이지만 본회의 기간 동안 대개 세 명의 추기경을 ‘의장 대행’으로 선출한다. 의장 대행이 추기경인 이유는 이들이 교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있고, 추기경들만이 교황을 뽑을 수 있으며 교황으로 뽑히는 이는 대부분 추기경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교황들은 추기경들을 의장 대행으로 뽑아왔고, 이들은 본회의를 주례한다. 1967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세계주교시노드를 시작할 때부터 쭉 이렇게 해 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56년의 전통을 깨고 9명의 의장 대행을 뽑았다. 그 중 한 명만이 추기경이다. 다른 8명은 이집트의 동방교회 상급대주교와 미국과 호주, 에콰도르의 주교, 이탈리아의 한 사제, 멕시코의 한 수녀, 일본의 한 평신도 선교사다. 여기에 담긴 메시지는 성품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의장 대행으로 시노드 회의를 주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급진적인 변화에 대해선 대부분 간과하는 듯하다. 아마도 의장 대행의 역할을 그저 의식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의식이나 상징은 대개 더 깊고 큰 현실을 의미한다. 이에 관한 교황의 혁신은 무시돼선 안 된다. 교황은 평신도가 시노드 과정을 주관할 수 있도록 중요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분명 향후 열릴 시노드 본회의에 참가할 교황의 명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다. 52명의 여성을 포함해 364명이 투표권을 갖고 시노드에 참가한다. 또한 대학교 학부생일 정도로 어린 젊은이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고작 69세의 나이에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직에서 쫓겨난 독일 신학자 뮐러 추기경을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개혁된 시노드 구조를 비난하는 뮐러 추기경뿐만 아니라 오는 9월 신앙교리부 장관에서 퇴임하게 되는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도 ‘전’ 신앙교리부 장관으로 시노드 본회의에 참가한다. 교황은 또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우엘레 추기경은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13년 동안 재직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신학을 신봉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시노드 과정은 이제 시작했다. 다양한 경험과 열정, 희망, 두려움, 시노드 본회의에 대해 기대로 가득한 시노드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시노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분명치 않은 여정으로 교회를 떠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부폭발을 재촉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까? 10월이 지나면 더 잘 알 수 있을 듯하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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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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