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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 50만 명, 산티아고 순례길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국 통계 발표, 아시아에선 한국인 순례자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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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이 노란 화살표를 따라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있다. OSV





지난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사람이 5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44만 6035명이 순례길을 모두 걷고 순례 인증서를 받아갔다. 이는 프랑스 남부 생장피드포르(프랑스길, 800㎞) 또는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갈길, 612㎞) 등지에서 출발해 30일 이상 걸어 산티아고대성당에 도착한 순례자만 셈한 숫자다.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은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하루 이틀 또는 일주일간 걷기 위해 길에 오른 사람까지 합하면 그 인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연간 600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순례 완주자 가운데 약 20만 명은 스페인 국적이다. 이들은 주로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출발하는 비아 델라 플라타(Via de la Plata, 은의 길)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세비야에서 출발해 메리다·살라망카·사모라·오렌세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을 지나게 된다. 북쪽을 향해 걷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서양변 갈리시아 지방으로 접어드는 이 코스는 길이가 1000㎞에 달한다. 하루 평균 25㎞를 걸으면 40일이 걸린다.

외국 순례자는 미국인이 3만 2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탈리아인(2만 8000명)과 독일인(2만 40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포르투갈·프랑스·영국·멕시코·한국·아일랜드·호주 순으로 순례자가 많았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높은 순위에 올라가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인은 주로 30여 일 걸리는 프랑스길을 따라 걷는다.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코스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1200년 역사가 넘는 가톨릭 순례길이다. 9세기에 제베대오의 아들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자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이 무덤 참배와 죄의 보속을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스페인 왕국 시민들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축출하는 국토수복운동(레콩키스타, 718-1492) 기간에 성 야고보 무덤 순례를 통해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십자군 전쟁 때도 그런 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은 스페인 민족주의가 성 야고보를 이용했다고 비판한다.

이 길은 오랜 세월 잊혔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8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와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가 카미노 대중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계를 보면 완주자 중 23는 비종교적인 동기로 800㎞ 기나긴 여정에 올랐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이 신앙과 관계없이 자기 성찰과 영적 체험을 하고 싶어 이 길에 오른다. 산티아고 순례를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넣어둔 사람도 많다. 1986년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은 작가 코엘료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목표를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가톨릭 역사학자 프랑코 카르디니는 “삶의 의미는 진정으로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옛길을 다시 걸으며, 지금 이 순간과 이곳을 초월하는 것을 추구할 때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순례 소감을 밝혔다.

스페인과 프랑스 교회 등은 순례자들을 환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교구는 2022년 여름 유럽 전역에서 젊은이 1만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대적인 순례 행사를 열었다. 주교들은 공동 사목교서를 통해 길 위의 지역 본당과 공동체에 순례자 환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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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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